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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Cover Story] "사설탐정 우리가 관리하겠다" 검·경 싸움에 합법화 법안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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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퇴직 경찰 진출 많아 우리가 적격"

법무부 "투명성·적법성 중요" 경찰을 견제

업무 겹치는 변호사들 "사생활침해 소지" 반대

한국일보

한국민간조사협회 유우종 협회장이 한 사격장에서 실탄사격을 하고 있다. 그는 "민간조사원은 상시적으로 위험에 노출된다. 사격연습은 긴장감을 유지하는 의식(儀式)행위"라고 말했다.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보험사기 혐의자가 있다고 치자. 조사원이 개입하려면 당사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동의 없이 미행하거나 사진을 찍으면 설사 보험사기가 인정되더라도 초상권 침해다. 문제는, 사기를 친 사람의 동의를 어떻게 구하냐는 거다." 안병재 전 손해보험협회 상무는 "보험 사기를 적발하는 게 그래서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보험사기 추정 규모는 3조4,000억이지만 적발 금액은 3,747억원으로 11%에 그쳤다.

민간조사업제도(사립탐정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의 가장 강력한 근거는 '현실'이다. 법률만 없다 뿐이지 소송자료 수집, 지적재산권 침해 확인, 산업스파이 색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민간조사원들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민간조사협회 유우종 회장은 "수요는 폭증하는데 제도가 없어 불법 심부름 센터를 찾고, 보험 조사나 기업 감시 업무에도 불법ㆍ편법이 동원된다. 경찰이 신경을 덜 쓰거나 못 쓰는 비범죄형 사건들은 민간조사원에게 맡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법체계의 재편도 민간조사원제도를 요구한다. 지난 2007년 형사소송법이 검사의 고소장 중심으로 소송이 이루어지던 '직권주의'에서 당사자들이 법정에서 증거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당사자주의'로 변했다. 소송 당사자들의 증거 수집 능력이 재판 결과를 좌우하게 된 것이다.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김종식 소장은 "당사자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영미국가에서는 일찌감치 민간조사원 산업이 발달했다"고 말했다.

15년 관리감독권 쟁탈전

민간조사원 합법화 관련 법안은 1999년서부터 지금껏 7차례 상정됐지만 무산됐다. 지난해 11월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이 발의한 '경비업법전면개정안'과 지난 3월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이 발의한'민간조사업에 관한 법률'등 2개 법안도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중복 상정된 두 법안의 차이는 관리감독 부처를 어디로 두느냐다. 윤 의원의 법안은 관리감독 권한 및 책임을 경찰청에 맡긴 반면 송 의원의 법안은 법무부다. 경찰청 관계자는 "민간조사업 성격이 경찰과 유사한 만큼 경찰청이 맡아야 효율적 관리 감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민간조사업은 투명성과 적법성이 중요하다. 인권 침해에 대한 불안 해소를 위해서도 법무부가 맡아야 한다"고 맞섰다.

여기서 해묵은 검ㆍ경 갈등의 뿌리는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퇴직 경찰이 민간조사업 쪽으로 많이 진출한다. 검사 출신이 많은 법무부로선 경찰조직의 외연 확대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을 심사 중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18대 때도 관리감독권 갈등으로 법안이 폐기됐다. 한 쪽의 양보가 없다면 이번 국회에서도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절충안도 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민간조사는 법무업무가 아니므로 법무부의 관리감독은 부적절하다. 민간조사원과 경찰의 유착이나 부조리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제3기관인) 안전행정부 산하 별도 관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변호사회 딴죽도 부담

외부의 걸림돌로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있다. 대한변협은 제17대, 18대 국회 입법과정에서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인권침해 우려다. 최진녕 변협 대변인은 "심부름센터가 하는 일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 여지가 크다. 국민의 사생활을 지켜야 할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큰 직업을 합법화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김종식 소장은 "2007년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개인 정보의 수집과 이용, 제공의 전 과정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불법적으로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서 인정받지 못할 뿐 아니라 수집한 사람이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강동욱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민간조사원을 국가 치안공백 해소에 활용하는 외국처럼 업무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권한을 제한해 엄격히 관리감독하면 탈법ㆍ불법 행위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협의 반대가 변호사의 밥그릇 챙기기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민간조사 업무가 변호사 업무와 겹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09년 변협 회장선거 당시 한 후보는 변호사 업무에 사설탐정업을 추가하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동욱 교수는 "민간조사원의 업무는 법률적 판단을 위한 기초 사실 조사에 그치는 만큼 변호사 업무와 중첩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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