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소수민족 반군들, 민주진영과 연합 선언
중국·인도·태국 등 주변열강 개입 우려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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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미얀마 군부와 대치하고 있던 소수민족들이 대거 미얀마 민주진영과 손을 잡고 군부와의 무력투쟁을 이어가겠다 선언하면서 미얀마 시위가 내전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주로 미얀마의 북부, 서부, 동부 일대 국경 산악지대와 밀림지대에서 활동 중인 소수민족들이 일제히 봉기하면서 미얀마와 국경을 맞댄 중국, 인도, 태국 등 주변 열강들의 무력개입을 불러일으킬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4일 AFP통신에 따르면 샨족과 카렌족 등 10개 소수민족 무장단체 지도부는 전날 화상으로 회의를 진행한 뒤, 시위대에 대한 군경의 실탄 사용 등 무력 진압을 비판하며 민주진영과 함께 군부와 맞서싸울 것을 결의했습니다. 이들 소수민족 반군단체들은 앞서 미얀마 정부와 휴전 협정을 체결했었지만, 군부 쿠데타 발발 20일 만에 군사정권 반대 및 시민 불복종운동 지지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요.
이로서 미얀마 시위는 본격적인 내전으로 치달을 전망입니다. 미얀마 민주진영 지도부인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는 이달 1일자로 2008년 군부가 만든 헌법을 폐기하고 연방민주주의연합을 고리로 민족통합정부를 세우겠다고 선언했고, 소수민족 무장단체들과 연합해 연방군을 창설하겠다고 밝혔죠.
특히 미얀마 내 가장 큰 소수민족 반군을 이끌고 있는 샨족과 카렌족이 이번 미얀마 사태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얀마 독립 이후 지금까지 계속 무장독립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민족들로 상당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죠.
'골든트라이앵글'의 아편으로 독립투쟁하던 샨족[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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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족은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 국경이 맞닿은 미얀마 북부의 일명 '골든트라이앵글'이라 불리는 지역에 분포한 소수민족입니다. 이들은 오랫동안 이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서 대량의 아편을 키워 전세계에 마약을 수출했고, 이 자금으로 무장독립투쟁을 이어왔죠. 특히 1949년 중국의 국공내전이 마무리되고 국민당 잔당이 미얀마 북부로 도망쳐 지역군벌화되는 과정에서 이들로부터 무기와 전술을 넘겨받고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게 됐다고 알려져있습니다.
한때 샨족이 생산한 아편으로 만든 헤로인이 미국 마약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국제 마약의 주요 공급지였다가 1995년 독립투쟁을 지휘하며 마약왕이라 불리던 사령관인 쿤사가 미얀마 정부군과 휴전하기로 하면서 마약 생산량이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다시 메스암페타민과 같은 신종 마약의 주 생산지로 변질됐죠.
이 골든트라이앵글은 미얀마군이 끝내 점령하지 못한 상태라 미얀마 군부 측에서도 샨족의 봉기를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구나 해당 지역이 여러 주변국들과의 국경지대라 전투가 잘못 확장되면 주변국들에 무력개입의 빌미도 줄 수 있어 대규모 공격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100년 이상 버마족과 대치 중인 카렌족[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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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거대 무장조직을 갖고 있는 카렌족은 미얀마의 주 민족인 버마족과 100년 이상 대치해온 민족 중 하나로 알려져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태국과 중국 국경지대 고산지역에 살고 있는 민족으로 19세기 영국이 미얀마 분할통치의 일환으로 카렌족에게 선교사들을 파견해 구호활동을 전개하면서 주민 상당수가 기독교도로 개종을 했고, 이후 버마족과 굉장히 사이가 안좋아졌다고 알려져있죠.
이후 미얀마 독립운동 과정에서 아웅산 수치의 아버지인 아웅산 장군과 협약을 맺고 미얀마의 독립운동을 도와주면 카렌족의 독립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아웅산 장군이 암살당해 협약이 무산되면서 미얀마 군부와 장기간 대결을 펼쳐왔습니다. 카렌민족연합(KNU)을 중심으로 산하 군사조직들이 산개돼있고, 게릴라전에 능숙한 것으로 알려져있죠.
다만 민족 구성원들이 여러지역에 퍼져 살다보니 서로 이해관계에 따라 민주진영 뿐만 아니라 군부와 결탁하는 경우도 있어 민족 내부에서 분쟁이 생길 위험성도 안고 있습니다. 대도시에 사는 카렌족들 중에는 미얀마 정규군에 소속된 사람들도 있고, 한편으로 카렌족 내부는 크게 불교도와 기독교도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쉽게 통합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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