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 투표층 움직이고 외연 확장에 도움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1일 오후 서울 시내에 박영선(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사진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선거의 승패는 '세(勢)'가 결정한다고 하죠. 바람 못지않게 조직력이 중요한데, 조직이 탄탄할수록 여론몰이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주요 선거에서 후보들이 자신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 지원군 모집에 혈안이 되는 이유죠. 특정 세력이나 대중에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 전면에 나서면 후보의 선거 운동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됩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각 후보는 지원군을 전면에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후보를 찍어야 할지 긴가민가해 하는 유권자들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또는 자신이 지지받아야 하는 이유를 지원군을 통해 설명하고 있죠.
이해찬(가운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7일 개국본TV에 출연해 4·7 재·보궐선거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개국본TV유튜브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원군으로는 친노 그룹 좌장들이 눈에 띕니다. 정치 전면에서 한 발짝 떼 관전하던 태도를 바꿔 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죠.
대표적으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입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 영향력이 강한 미디어에 연일 출연해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과거 비(非)문 인사로 분류됐던 박 후보의 약점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죠.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민심 이반이 거세지며 '샤이 진보'란 말까지 나온 상황인 만큼 지지층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19일 팟캐스트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선거가 아주 어려울 줄 알았는데 요새 돌아가는 걸 보니 거의 이긴 것 같다"며 지지층에 선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었죠.
그러나 이 전 대표의 발언과 달리 최근 여론조사에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왔죠. 그러자 이 전 대표는 사전 투표를 앞두고 진보진영의 결집을 호소했는데요.
이해찬·노영민, 박영선 지원에 팔 걷어붙여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서울 청와대에서 물러나는 노영민(왼쪽) 대통령 비서실장과 유영민 신임 비서실장이 서로 어깨를 껴안은 채 인사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시종일관 박 후보의 우세를 점치고 있는데요. 박 후보가 열세가 아니니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며 지지자들의 사기를 북돋고 있습니다.
노 전 실장은 지난달 22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지금 바닥 민심은 '그래도 박영선이다'로 모이고 있다"고 말했고, 지난달 24일 한 언론 인터뷰에선 "박 후보는 호감도가 상당히 높다. 호감도가 높은 후보는 지지도가 올라간다"며 박 후보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보여줬죠.
노 전 실장은 또 29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거론 빈도나 선호도를 통한 판세 분석에서 토요일(27일) 기점으로 박 후보가 앞서가기 시작했다"며 선거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안철수·금태섭, 정권심판 외치며 오세훈 지원
4·7 재보선 사전투표 첫날인 2일 안철수(왼쪽)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에서 청년들과 함께 사전투표 홍보 캠페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이 있습니다.
이들이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의 약점을 보완하고, 외연 확장과 중도층 표심을 뒷받침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오세훈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오 후보 선거운동의 책임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는 2012년 대선 때 당시 야권 단일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합동 유세 현장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죠. 대선 당일 오전에는 미국으로 출국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오 후보와 며칠째 합동 유세를 돌며 서울 전역을 누비고 있습니다. 또 1일에는 고향 부산을 찾아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에 힘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오세훈(뒤쪽)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금태섭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게 당복을 입혀 주고 있다.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안 대표는 오 후보가 없는 유세장까지 돌고 있는데, 오세훈 캠프에선 "안 대표의 지지 유세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할 정도죠.
그동안 '철수 정치'라는 말을 들었던 자신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측면도 있겠지만, 오 후보가 이긴다면 문재인 정부 심판에 자신의 역할이 컸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다는 장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안 대표는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놓을 수만 있다면 목이 터지더라도 야권 단일후보 오세훈을 백번, 천번 외치겠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금 전 의원이 오 후보를 돕는 취지는 안 대표보다 더 명확합니다. 오로지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을 심판한다는 목표로 중도층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는 국민의당 입당에 선을 그으면서도 계속해서 오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 후보들을 돕고 있는데요. 금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당원은 아니지만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선거에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진보 무소속 후보로…이수정의 독특한 지원
김정재(왼쪽)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위 위원장과 이수정(가운데) 위원이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정책토론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군소 후보들도 만만치 않은 지원군을 자랑합니다. 비록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지원군의 이름을 빌려 자신이 왜 선거에 출마했는지를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며 후보의 이름 석 자를 알리고 있습니다.
신지예 무소속 후보는 지난달 28일 후보 후원회를 공개했는데요. 대중에게 익숙한 인사들이 여럿 포함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활동하며 나경원 전 의원을 지지했던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와 정부·여당 비판에 앞장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신 후보의 후원 위원을 맡았습니다.
이수정 교수는 앞서 지난달 26일에 공개된 신 후보 지지 영상을 통해 "새로운 여성 정치 세력의 등장은 현 시대에 불가피하다"며 "용감하게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낸 신 후보를 높게 평가한다. 끝까지 가길 바란다"고 응원했습니다.
신 후보는 '팀서울'을 조직해 선거를 뛰고 있는데요. 이가현 성평등·소란 기후위기생태전환·이선희 여성안전·공기 살림경제·은하선 성소수자·류소연 문화예술 부시장 등 6명의 부시장 후보들과 함께 러닝메이트 형식으로 출마하며 서울시의 연대를 강조했죠.
용혜인 "허경영과 질문 주고받은 신지혜, 장하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2일 오전 사전투표를 마친 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을 찾아 2016년 전철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구의역 김군'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같은 당 소속인 신지혜 후보를 재치 있게 응원해 관심을 끌었는데요. 용 의원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29일 방송된 군소정당 및 무소속 후보들의 TV토론 내용을 올렸습니다.
그는 신 후보와 함께 출연한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를 언급하며 "허경영씨에게 질문받고 대답하는 경험, 흔히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다"라며 "그 어려운 일을 우리 신 후보가 했다"고 치켜세웠습니다.
용 의원이 올린 영상은 기본소득을 두고 신 후보와 허 후보가 신경전을 벌이는 내용입니다. 신 후보는 허 후보가 '돈이 없어 국가에서 기본소득을 받는다는 게 자녀들 보기에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하자 "불쌍해서 주는 게 아니라 사회 공통 부로 쌓인 수익을 국민이 누릴 수 있고, 소득 재분배를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죠.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