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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기대감이 현실로…비트코인 다시 상승세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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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흔들리던 비트코인…이번 상승 때는 단 한 번도 4% 이상 상승하지 않아

막연한 기대감이 현실로 구현…현실이 다시 기대감 만들어 내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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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비트코인이 7400만원을 넘어서는 등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25일 6200만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이번 최고가 경신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특정 인물의 발언, 상황이 없음에도 전 고점을 돌파하고 상승세를 지속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부터 8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동시에 단 한 번도 4%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한 적 없다. 이에 일부 가상통화 투자자들은 시장의 성장이 반갑지만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상승세를 제외하고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특정 인물이나 사건이 나올 때 크게 반응하며 새로운 고점에 올라섰다.


누군가의 입, 누군가의 독특한 행보에 오르던 비트코인

과거 비트코인이 특정 가격대를 기록할 때 어떤 요인으로 상승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0년 12월 27일: 3000만원>


지난해 12월26일 하루에만 8.32% 상승하며 최초로 3000만원대를 기록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한 것이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지난해 12월21일(현지시간) 비트코인 2만9646개를 추가 매수해 총 7만470개를 보유하게 됐다.


사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의 비트코인 추가 매입 소식은 새롭지 않았다. 이미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부터 비트코인을 매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10월 글로벌 결제기업 페이팔이 가상통화 매매 시스템을 도입한 것보다 더 반응이 컸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미국 정부보다 더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기업이 됐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에서도 더 이상 무시하지 못할 기관투자자가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2021년 1월 7일: 4000만원>


이날 비트코인은 9.66% 상승하며 4000만원을 최초로 돌파했다. 크게 두 가지 이유다. 먼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웨이브를 달성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부양책으로 인해 가상통화 시장에도 유동성이 흘러들어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다른 이유는 미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OCC)의 법령 해석이다. OCC는 의견서를 통해 미 은행들도 이더리움과 같은 블록체인 망으로 은행 결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정화폐에 가치가 고정돼 있는 스테이블 코인을 은행이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가상통화 시장이 제도권에 편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2021년 2월 9일: 5000만원>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매입한 사실을 밝히자 17.05% 상승하며 5000만원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비트코인에 대해 “쓸모없다”고 말했지만 지난 1월부터 행동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는 약 9원에 머물러있던 도지코인을 들고 나와 곧 100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런가하면 지난 2월1일엔 오디오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에서 비트코인을 샀어야 했다고 발언했다.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입 공시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기업이 가상통화 시장으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단순 보유를 넘어 공시를 통해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제품을 결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에 애플 등 다른 기업도 테슬라를 따라 가상통화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2021년 2월 19일: 6000만원>


캐나다 증시에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거래되기 시작했다. 이에 비트코인은 10.02% 상승했다.


비트코인 ETF는 캐나다에서 출시됐지만 사람들의 이목은 미국으로 쏠렸다. 가장 큰 증시를 지닌 미국에서도 곧 비트코인 ETF가 출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반 에크를 비롯한 여러 자산운용사가 미 증시에서의 ETF 상장을 시도했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선 거절했다. 미 경제매체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제임스 세이파트 연구원은 “미국과 캐나다의 규제 체계는 비슷해 미 증시에서의 비트코인 ETF 출시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비트코인 ETF가 캐나다 증시에서 거래되기 시작한 것이 비트코인 상승세의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2021년 3월 13일: 7000만원>


바이든 대통령이 1조9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에 서명하자 비트코인은 6.02% 상승했다. 예상과 달리 부양책의 유동성은 가상통화 시장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블룸버그는 부양책의 자금이 가상통화 시장이 아닌 실물경제를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사람들이 실물경제에서 소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손실 위험 방지(헷지) 수단으로 가치를 증명했다. 지난 1월7일에 가졌던 기대감이 실제 가치로 바뀌는 순간이다. 또한 비트코인의 실제 용도를 모두에게 증명한 순간이기도 하다. 지난달 7일 미 자산운용사 샌더스 모리스해리스의 조지볼 회장은 “인플레이션 속에서 비트코인은 매력적인 투자자산이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표 안전자산 금 가격은 연초 대비 약 10% 이상 떨어지는 동안 비트코인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별한 사건 없이도 찬찬히 오르는 비트코인…막연한 기대감이 현실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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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한 63억4000만달러에 그쳤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진은 뉴욕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골드만삭스 주식. (EPA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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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2일: 7400만원>


뚜렷한 사건이 없음에도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미 거대 은행 골드만삭스부터 시작해 모건스탠리까지 비트코인 금융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소식은 이전부터 있었다. 즉, 완전히 새로운 소식들이 아닌 셈이다. 오는 2분기 내로 비트코인 관련 금융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초 이미 비트코인 선물 투자와 가상통화 거래 전담 데스크 설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보다 전인 지난 2월12일 미 경제매체 CNBC는 골드만삭스가 내부적으로 비트코인 취급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지난 2월12일 블룸버그는 모건스탠리 산하 자산운용사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에서 비트코인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그랬기에 모건스탠리가 지난달 16일 비트코인 펀드를 출시하겠다고 밝혔음에도 가상통화 시장엔 큰 영향력을 미치진 못했다. 실제로 이날 비트코인은 6800만원대까지 올랐으나 지난달 18일 이후 다시 하락세였다.


가상통화 결제 시스템 출시도 마찬가지다. 페이팔은 지난달 31일 가상통화를 통한 결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페이팔은 가상통화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업체 중 하나다. 지난해 가상통화 매매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결제 시스템도 곧 출시하겠다고 연초부터 밝혔다. 신용카드업체 비자 역시 지난달 29일 가상통화 결제 시스템을 미국에서 출시했다고 밝혔지만 지난 1월부터 얄 켈리 비자 CEO는 비자 결제 시스템에 가상통화를 추가하겠다고 말해왔다. 테슬라도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당시엔 비트코인이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


하지만 7400만원 돌파를 앞두고 일어난 호재들엔 과거의 막연한 기대감을 현실로 구현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까지 비트코인을 두고 내재가치가 없거나 결제 수단으로 삼기에는 변동성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혹은 단순 관심만 보이거나 검토만 할 뿐 실제로 사업에 포함시키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번엔 가상통화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여러 기관이나 기업들이 실제로 관련 금융상품을 출시하거나 결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이르렀다. 단순히 비트코인이 어느 정도 가격대까지 갈 것이란 일종의 ‘설’(設)에서 벗어나 이용가치를 만들고 실용성을 부여했다. 비트코인의 기반이 탄탄해져 변동성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용가치와 실용성들이 또 다시 새로운 기대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미 CNBC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비트코인 금융상품 시장을 두고 경쟁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시장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황 연구위원은 “말 한마디에 크게 변하던 과거와 달리 가상통화 시장이 방향성을 가지고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바람직한 발전이며 가상통화 시장에 대한 신뢰도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미국 증시에서의 ETF 출시 등 가상통화엔 여러 기대감이 남아 있다”며 “이 막연한 기대감들도 현실로 구현된다면 더 큰 모멘텀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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