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경력 내세워…"보상 더 받게 해준다" 돈 요구
전문가들 "불법행위로 보상비 오르면 분양가 높아질 수밖에"
[앵커]
오늘(31일) 뉴스룸은 LH 퇴직자들에 대한 단독 보도로 문을 열겠습니다. 취재 결과, LH에서 나온 사람들이 신도시 일대의 땅 주인들을 상대로 불법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LH 출신이란 걸 내세운 뒤에 보상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돈을 요구한 겁니다. 취재진은 이 사람들이 뿌리고 다니는 영업용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안태훈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3기 신도시 보상 절차가 진행 중인 남양주 왕숙 일대입니다.
고물상이 몰려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LH 출신이라는 걸 내세워 영업하는 브로커가 활동한다고 해 추적했습니다.
[아줌마들은 그냥 컨설팅하는 아줌마들이고…]
[아니야. LH 직원이야. 퇴직자들 그러니까.]
[(아줌마도 있어요?) 제네시스 끌고 오는 분이 있어. LH 근무했다고 하더라고…]
[남양주 왕숙지구 고물상 토지주 : 전화 한두 번 받은 것 같아. 보상 더 받아드릴 테니 저희 회사에 하면 안 되겠습니까.]
탐문을 이어가던 취재진은 'LH 20년 근무' 경력을 내세우는 브로커가 땅주인에게 제안한 영업용 문서를 확보했습니다.
'보상금을 최대한 많이 받으려면 철저히 사전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모범답안지를 만들어 주겠다'는 내용입니다.
주민들이 말한 LH 출신 여성뿐 아니라 또 다른 브로커가 있었던 겁니다.
우선 LH 출신이 맞는지 재차 확인했습니다.
[임모 씨/LH 퇴직자 : 20년 딱 근무하고 나왔습니다. 세종시 보상하고 마지막 퇴직하고 2008년부터 동탄신도시부터 (보상) 컨설팅하고 있어요.]
[임모 씨/LH 퇴직자 : 준비한 것하고 안 한 것하고 지장물(시설·나무 등) 보상에서 전체 금액이 20% 차이가 날 겁니다. (사례비는) 보고 결정을 하는 건데 500만원 넘기진 않을 것…]
■ 불법 '투기 컨설팅'…고물상 '보상금 뻥튀기' 부추겨
[앵커]
지금 법은 변호사나 행정사가 아니면 보상을 대행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LH 출신의 이런 브로커 활동은 수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더욱이 그 내용을 봐도 도무지 정상적인 컨설팅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고물상에는 쓰레기 위에 고물을 덮어 두면 보상금을 부풀릴 수 있다며 눈속임을 제안하는 방식입니다.
계속해서 안태훈 기자입니다.
[기자]
LH 출신 브로커 임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낮에는 현장에 있고 사무실엔 저녁에 온다고 했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자격증이 없는데 보상 자문이나 중개를 해도 되는지 묻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통화하며 JTBC 취재진임을 밝히자 말을 바꿉니다.
[임모 씨/LH 퇴직자 : 지장물 조사를 해주고 도면 그려주고 이게 어떻게 변호사법 위반이 됩니까. 도와주는 측면이지. 보상 많이 받게 해주고 이게 변호사법 위반 아닙니까…]
임씨의 주장과 달리 전문가들은 이렇게 돈을 받고 보상 작업을 해주는 건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을 상대로 이런 일을 할 땐 변호사나 행정사로 그 업무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법 109조를 보면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문서를 작성하거나 알선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오한식/토지보상 전문 행정사 : 보상비를 더 받아주겠다고 했고 사례비를 이미 언급해 명백하게 현행법 위반입니다. 이런 자격 없는 브로커가 생겨나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기 때문에 규제해야…]
LH 출신 브로커들의 '보상비 뻥튀기' 수법은 프로 투기꾼 수준입니다.
이들은 주로 고물상을 노렸습니다.
쓰레기 더미 위에 폐지나 고철을 쌓아 안 보이게 한 뒤, 모두 재활용품이라고 속여 보상비를 더 받아내는 수법 등을 쓸 수 있다고 알려준 겁니다.
마치 투기 혐의를 조사받고 있는 LH 현직 직원들이 보상을 많이 받으려고 희귀 묘목을 빼곡히 심는 수법을 쓴 것과 닮아 있습니다.
이렇게 보상비가 줄줄 새면 결국 신도시 아파트에 입주하는 주민들이 내야 하는 분양가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LH 현직뿐 아니라 퇴직자의 일탈에 대한 정부와 경찰의 조사가 시급해 보입니다.
(VJ : 남동근 / 영상디자인 : 배장근·김윤나)
안태훈 기자 , 김진광, 이지수, 오원석, 김지우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
오늘(31일) 뉴스룸은 LH 퇴직자들에 대한 단독 보도로 문을 열겠습니다. 취재 결과, LH에서 나온 사람들이 신도시 일대의 땅 주인들을 상대로 불법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LH 출신이란 걸 내세운 뒤에 보상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돈을 요구한 겁니다. 취재진은 이 사람들이 뿌리고 다니는 영업용 문건을 입수했습니다.
안태훈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3기 신도시 보상 절차가 진행 중인 남양주 왕숙 일대입니다.
고물상이 몰려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LH 출신이라는 걸 내세워 영업하는 브로커가 활동한다고 해 추적했습니다.
이들은 수수료를 내면 LH 시절 보상 업무 경험을 살려 보상비를 최대한 많이 받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다녔습니다.
[아줌마들은 그냥 컨설팅하는 아줌마들이고…]
[아니야. LH 직원이야. 퇴직자들 그러니까.]
[(아줌마도 있어요?) 제네시스 끌고 오는 분이 있어. LH 근무했다고 하더라고…]
고물상을 운영하는 땅주인은 직접 제안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남양주 왕숙지구 고물상 토지주 : 전화 한두 번 받은 것 같아. 보상 더 받아드릴 테니 저희 회사에 하면 안 되겠습니까.]
탐문을 이어가던 취재진은 'LH 20년 근무' 경력을 내세우는 브로커가 땅주인에게 제안한 영업용 문서를 확보했습니다.
'보상금을 최대한 많이 받으려면 철저히 사전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모범답안지를 만들어 주겠다'는 내용입니다.
통화를 시도해보니 남성이었습니다.
주민들이 말한 LH 출신 여성뿐 아니라 또 다른 브로커가 있었던 겁니다.
우선 LH 출신이 맞는지 재차 확인했습니다.
[임모 씨/LH 퇴직자 : 20년 딱 근무하고 나왔습니다. 세종시 보상하고 마지막 퇴직하고 2008년부터 동탄신도시부터 (보상) 컨설팅하고 있어요.]
보상비를 원래보다 20% 더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500만 원의 사례비를 요구합니다.
[임모 씨/LH 퇴직자 : 준비한 것하고 안 한 것하고 지장물(시설·나무 등) 보상에서 전체 금액이 20% 차이가 날 겁니다. (사례비는) 보고 결정을 하는 건데 500만원 넘기진 않을 것…]
■ 불법 '투기 컨설팅'…고물상 '보상금 뻥튀기' 부추겨
[앵커]
지금 법은 변호사나 행정사가 아니면 보상을 대행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LH 출신의 이런 브로커 활동은 수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더욱이 그 내용을 봐도 도무지 정상적인 컨설팅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고물상에는 쓰레기 위에 고물을 덮어 두면 보상금을 부풀릴 수 있다며 눈속임을 제안하는 방식입니다.
계속해서 안태훈 기자입니다.
[기자]
LH 출신 브로커 임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낮에는 현장에 있고 사무실엔 저녁에 온다고 했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자격증이 없는데 보상 자문이나 중개를 해도 되는지 묻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통화하며 JTBC 취재진임을 밝히자 말을 바꿉니다.
[임모 씨/LH 퇴직자 : 지장물 조사를 해주고 도면 그려주고 이게 어떻게 변호사법 위반이 됩니까. 도와주는 측면이지. 보상 많이 받게 해주고 이게 변호사법 위반 아닙니까…]
임씨의 주장과 달리 전문가들은 이렇게 돈을 받고 보상 작업을 해주는 건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을 상대로 이런 일을 할 땐 변호사나 행정사로 그 업무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법 109조를 보면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문서를 작성하거나 알선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오한식/토지보상 전문 행정사 : 보상비를 더 받아주겠다고 했고 사례비를 이미 언급해 명백하게 현행법 위반입니다. 이런 자격 없는 브로커가 생겨나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기 때문에 규제해야…]
LH 출신 브로커들의 '보상비 뻥튀기' 수법은 프로 투기꾼 수준입니다.
이들은 주로 고물상을 노렸습니다.
쓰레기 더미 위에 폐지나 고철을 쌓아 안 보이게 한 뒤, 모두 재활용품이라고 속여 보상비를 더 받아내는 수법 등을 쓸 수 있다고 알려준 겁니다.
마치 투기 혐의를 조사받고 있는 LH 현직 직원들이 보상을 많이 받으려고 희귀 묘목을 빼곡히 심는 수법을 쓴 것과 닮아 있습니다.
이렇게 보상비가 줄줄 새면 결국 신도시 아파트에 입주하는 주민들이 내야 하는 분양가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LH 현직뿐 아니라 퇴직자의 일탈에 대한 정부와 경찰의 조사가 시급해 보입니다.
(VJ : 남동근 / 영상디자인 : 배장근·김윤나)
안태훈 기자 , 김진광, 이지수, 오원석, 김지우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