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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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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회의론…바이든 친환경 키우기에 싱크탱크 "정유주 사면 손해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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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글로벌증시에서 정유주·유가 등 경기순환 부문으로의 자금 이동이 두드러졌음에도 불구하고 투자 수익을 올리려면 화석연료 관련 주식을 내다 파는 것이 유리하다는 영국 싱크탱크 분석이 나왔다. 뉴욕증시에서는 미국 경제 회복세를 타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대가 커진 탓에 10년물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이와 맞물려 '고평가 부담'이 커진 친환경·기술주 주가가 급락한 반면 '경제 회복 기대'가 불거진 정유주·유가가 빠르게 뛰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약 3조 달러를 들여 친환경·인프라스트럭처 지원 의지를 밝히는 등 중장기적인 산업 흐름은 당장의 시장 분위기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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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런던에 본사를 둔 에너지 부문 싱크탱크 카본트래커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지난 2012~2020년 기간 동안 투자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이 시기 주요국 화석연료 부문 수익이 MSCI글로벌주식지수(ACWI) 수익보다 52% 낮았던 반면 친환경 부문은 54%를 웃돌았던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해당 기간동안 ACWI 지수 내 화석연료 에너지 기업들 연간 총 주주 수익률(TSR)은 -2.4%인 반면 지수 전체 수익률은 11.7%, 친환경(재생에너지/청정기술) 부문은 14.3%였다. ACWI는 선진·신흥국 중대형 주식을 담은 지수로 전세계 주식시장 85% 이상을 포괄한 대표적인 지표다. 화석연료 부문이라 함은 엑손모빌이나 쉐브런, 로열더치쉘 같은 석유 공룡기업을 비롯해 가스·석탄, 유틸리티·파이프라인 등 관련 기업을 통튼 경우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2~2020년 동안 글로벌 증시에서 투자자들은 화석연료 부문 주식을 총 6400억 달러(약 725조원) 어치 사들였는데 결과적으로 1230억달러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 손실률이 19.22%로 20%에 달하는 셈이다. 특히 지난 해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전세계 경제가 락다운(봉쇄) 위기를 맞은 결과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발생한 것이 타격이 됐지만, 원유 시장은 앞서 2013~2014년을 전후한 시기를 기점으로 유가가 추세적으로 떨어지는 하락세에 접어든 바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친환경 부문에 발 들인 투자자들은 관련 주식을 560억 달러 어치 사들였는데 770억 달러 어치 평가 이익을 거뒀다.

한편 보고서를 작성한 카본트래커의 헨릭 제페슨 미국 투자 담당 수석연구원은 "조사 기간 첫 해인 2012년 만해도 화석연료 부문은 글로벌 증시 시총에서 12%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2014~2016년에는 8%로 줄었고 2020년에는 1% 미만으로 떨어졌다"면서 "거래량을 봐도 조사 기간 동안 해당 부문 연 평균 주식 거래량은 75% 급감했다"고 언급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그는 "특히 2016년 이후 화석연료 부문 기업들은 새로 주식을 발행하기 보다는 기존 주주들에게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늘었는바 이는 시장 전반적으로 해당 부문에 대한 투자 선호도가 줄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세컨더리 마켓(주식 비공개 거래 시장)에서 해당 부문 기업들 주식 매매는 2016년 6% 였던 것이 2020년에는 58%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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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청정기술 관련 기업들 주가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 2월 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급등 사태 속 고평가 부담이 불거지면서 일제히 하락했다. 다만 31일(현지시간) 바이든 정부 친환경인프라 지원책 발표를 앞두고 30일 뉴욕증시에서 5% 가까이 반등했다. 왼쪽은 대표 ETF인 QCLN, 오른쪽은 IC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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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화석연료와 친환경에너지 투자를 두고 당장의 시장 평가는 엇갈린다. 재생에너지·청정기술 관련 기업들 주가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보면 '퍼스트트러스트나스닥클린에지그린에너지'(종목코드 QCLN)가 올해 들어 시세가 6.94% 하락했다. 올해 첫 거래일은 1월 4일부터 가장 최근 거래일인 이달 30일 마감 시세를 기준으로 한 변동률이다. 같은 기간 '아이셰어스글로벌클린에너지'(ICLN)는 -18.09%로 낙폭이 더 컸다. 반면 화석연료 부문에서는 서부텍사스원유(WTI) 시세를 추종하는 '유나이티드스테이츠오일'(USO)는 올해 시세가 27.15% 뛰었다.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너구리'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 대형 정유사들 주가를 3배로 따르는 상장지수증권(ETN) '마이크로섹터스 US빅오일인덱스 3X레버리지'(NRGU)는 126.50% 오른 상태다.

앞서 '가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해 4분기(10~12월) 대형 정유사 쉐브론(CVX) 주식 총 41억 달러(약 4조6400억원) 어치를 비공개로 대량 매수한 바 있다. 버핏 회장의 '투자 동지'로 유명한 찰스 멍거 버크셔해세웨이 부회장은 지난 2월 말 "석유·가스 산업이 훌륭하지는 않지만 화석연료는 오랜시간 동안 함께할 것"이라면서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수소를 만드는 데에도 화석연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생각이 엇갈리는 가운데 31일 바이든 대통령은 피츠버그를 방문한 자리에서 3조 달러에 달하는 친환경·인프라 지원책 윤곽을 밝힐 계획이다. CNBC는 해당 지원책이 크게 △총 2조 달러 이상의 정부 지출, △ 총 4000억 달러 규모 관련 기업들 조세 감면 혜택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인프라 지원책 발표 하루 전날인 30일 뉴욕 상업거래소(NYMEX) 선물시장에서는 WTI 5월물이 전날보다 1.01% 떨어져 1배럴 당 60.55달러에 거래를 마무리했다. 영국 ICE 거래소에서는 브렌트유 6월물이 1.31% 떨어져 64.14달러에 거래됐다. 유가는 지난 주 수에즈 운하 에버기븐호 좌초 사태로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일시적으로 급반등했는데 이날은 △ 수에즈 운하 재개 소식으로 공급 불안감이 줄어들고 △ 중국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유럽 봉쇄 강화·미국 내 확산 경계감이 부각되면서 수요 위축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가가 다시 떨어졌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다음 달 1일 열리는 OPEC+(석유수출국 기구와 러시아 등 비회원 주요 10개 산유국 협의체) 에너지 장관 회의에 쏠리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리스크가 불거진 탓에 OPEC+이 5월을 넘어 6월까지 감산 기조를 이어가기로 결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3월 회의에서 OPEC+는 계절적 수요를 고려해 4월의 경우 러시아·카자흐스탄만 소폭 증산만을 허용하고 나머지 국가들은 산유량을 동결하며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100만 배럴 규모 자발적 감산을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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