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문제에 일본 정부 입장 반영하도록 교과서 수정
교과서 저술 '위축 효과'…표현 수위 알아서 낮추기도
위안부 강제 동원 모호하게 표현한 교과서 |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일본 중앙행정기관인 문부과학성이 검정 제도를 이용해 역사 문제에 관한 정부 입장을 교과서에 반영하도록 집요하게 수정을 지시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다.
전날 완료된 내년도 고교 교과서 검정 심사를 통과한 짓쿄(實敎)출판의 역사총합(종합) 교과서는 "한반도·대만 출신자에 대한 보상이나 미지불 임금 청구, 이른바 '종군 위안부' 등 미해결의 문제가 많다"라고 기술했는데 검정에서 이런 설명이 문제가 됐다.
문부과학성 측은 '미해결'이라는 표현이 학생들의 오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결국 짓쿄 출판은 "한반도·대만 출신자에 대한 보상이나 미지불 임금 청구, 이른바 '종군 위안부' 등, 정부는 해결이 끝났다고 하고 있으나, 문제가 많다"로 수정하기로 했다.
'독도는 일본영토' 주장 담은 일본 고교 교과서 |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의 해결이 완료됐다는 일본 정부 견해를 반영하고서야 검정을 통과한 셈이다.
도쿄서적의 역사총합은 전후 보상 문제를 다룬 코너에서 "일본의 배상, 보상은 1950년대에서부터 1970년대 초반에 걸쳐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나 일화(日華·일본-대만)평화조약, 일한기본조약(한일기본조약) 등 국가 간의 결정에 의해 정해졌다"며 "일본은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배상을 하고 한국 등에 경제협력의 형태로 보상을 했다"고 기술했다.
이에 대해서도 문부과학성 측이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출판사 측은 "일본 정부는 이들 조약으로 보상 문제는 개인에 대한 보상을 포함해 해결이 끝났다고 하고 있다"는 내용을 덧붙이게 됐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문부과학성은 30일 교과용 도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일본 도쿄의 문부과학성의 모습. |
일제의 토지 수탈에 관해 "토지조사사업을 실시했으며, 소유권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많은 조선 농민으로부터 토지를 빼앗았다"고 기술한 다이이치가쿠슈샤(第一學習社)의 역사총합 교과서도 검정에서 문제가 됐다.
이 출판사는 학생이 오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토지조사사업에 의해 소유권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토지를 잃고 소작인이 된 농민이 나왔다"로 내용을 수정하기로 했다.
언뜻 보면 비슷한 내용 같지만, 토지를 누가 수탈했는지를 알기 어렵게 설명이 바뀌었다.
일본 정부는 근현대사 분야 등에 관해 교과서에 정부의 통일된 견해를 기술하도록 검정 기준을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시절 개정했는데 이는 일본의 침략 전쟁이나 식민지 지배 등 가해 행위를 흐리게 만드는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다.
초기에는 저자들이 소신 있게 서술하는 사례가 꽤 있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알아서 표현 수위를 낮추는 위축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검정에 탈락하면 어렵게 만든 교재가 학교 교과서로 채택될 기회를 상실하기 때문에 출판사는 큰 손실을 보기 때문에 검정 기준을 직간접적으로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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