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읍성 성벽 기저부 |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일제강점기에 강제 철거됐던 상주읍성의 성벽 일부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한국문화재재단은 경북 상주 인봉동 35-5번지 유적(면적 233㎡)에서 진행 중인 '매장문화재 소규모 발굴조사 사업' 중 상주읍성의 성벽을 발견했다고 29일 밝혔다.
상주읍성은 1385년(고려 우왕 11년)에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축조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일제의 읍성 훼철령(1910년)에 따라 1912년에 철거됐다. 조선 초기에는 경상감영(慶尙監營)을 둬 경상도의 행정·문화·군사 중심지 역할을 했다.
재단에 따르면 그간 상주읍성은 지표조사와 연구를 통해 성벽의 위치만 추정할 뿐 실체는 확인하지 못했다. 2019년 조사대상지 북서쪽 40m 지점인 인봉동 73-7번지 유적에서 상주읍성의 해자(垓子)가 처음으로 조사됐지만 당시에도 성벽의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 지적도. 빨간색 부분이 조사대상지 |
재단은 이번에 조사대상지가 일제강점기(1913년)에 제작된 지적도에서 '성도(城道)'로 표시된 부분에 해당한다는 것을 현재 지적도와 비교해 확인했고, 발굴조사를 통해 상주읍성의 북동쪽 성벽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이번 발견된 부분은 성벽의 몸체(체성부) 아래의 기저부(기초시설)다.
최진녕 책임조사원은 "이는 일제의 읍성 훼철 당시 육안으로 보이는 성벽이 철거되고, 기저부 위쪽이 임시 도로로 사용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제강점기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건물들이 건축되면서 기저부도 상당 부분 훼손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확인된 기저부는 길이는 760㎝ 정도로 조사대상지의 북쪽과 남쪽 조사 경계 밖으로 성벽이 계속 연장되고 있다. 너비는 470㎝ 정도만 확인됐고, 나머지는 유실된 상태였다. 높이는 40㎝ 정도만 확인됐으나 성벽 기저부를 견고하게 축조한 양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재단은 설명했다.
지대석과 성벽 내외부 토층 |
지대석(地臺石·성벽이나 건물터 아래에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 놓는 기초석)은 가운데 부분이 유실되고 5개만 확인됐으나, 조사 경계 밖으로 계속 연결되는 양상을 띠고 있었다.
이와 별도로 성벽 동쪽에서는 일제강점기에 건축물을 짓기 위한 지반 보강을 위해 훼철된 성벽의 돌을 사용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에 발견된 성벽의 축조 시기는 성벽 기저부에서 조선시대 전기 백자종지 조각이 출토돼 조선시대 전기로 판단된다.
최진녕 책임조사원은 "상주읍성은 고려 우왕 때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나 이후 증·개축과 보수가 많았고, 이번 조사 구간에서 조선 전기 유물이 발견돼 이 구간의 축조 시기는 조선 전기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조사대상지 위치 |
한국문화재재단은 "문헌 기록으로만 확인되던 상주읍성 성벽의 실체와 위치를 정확히 찾았다는 데 의의가 크다"며 "향후 상주읍성 전체의 위치와 흔적을 찾고, 정비·복원을 위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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