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서 '뚝' 떨어진 취미용 드론, 충격 2t…머리로 떨어졌다면 '아찔'

[사진 = 매경DB]

# 직장인 홍길동(가명) 씨는 끔찍한 사건을 겪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 야외에 주차해 둔 승용차에 무인항공기(드론)가 추락하는 바람에 선루프 등이 산산조각이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론 주인의 뺑소니(?)로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홍 씨는 "차량 피해금액 300만원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것도 분통이 터지는 일이지만, 만약 머리 위에 떨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

취미용 드론 매년 증가하는데 피해보상은 無방비

---

4차 산업혁명의 아이콘 중 하나로 꼽히는 드론이 일상화하면서 관련 사고도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취미용 드론은 보험에 가입할 의무가 없어 인적·물적 피해가 생겨도 사실상 피해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

국내에서는 드론 자체 중량이 150kg 이하인 무인동력비행장치로 규정하고 있다. 항공기대여업, 항공레저스포츠사업 등에 이용되는 사업용 드론과 이 외 용도로 사용되는 비사업용(취미용) 드론으로 구분한다. 위 사례처럼 취미용 드론도 일정 요건이 되면 보험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배상책임에 대한 이행 자력이 부족해 피해자 구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취미용으로 판매되는 1kg 드론이 아파트 30층 높이인 150m에서 급추락 하면 충격이 2t 중량으로 부딪치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드론산업 활성화 차원에서라도 안전이 담보돼야 한다. 드론 사용자에게도 자동차보험 수준의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도시지역 드론 사고 상당수 빌딩풍 영향

---

도시지역 드론 사고 상당수는 이른바 '빌딩풍'이나 '골짜기 바람'으로 불리는 바람 때문이다.

빌딩풍은 고층 빌딩에 부딪힌 도심 상공의 강한 바람이 지표면으로 급강하한 뒤 소용돌이처럼 위로 솟구치거나 건물 사이를 지나며 초속 20~30m의 강한 바람으로 바뀌는 현상을 일컫는다.

빌딩풍이 생기는 것은 바람이 좁은 공간을 통과하면서 압력은 낮아지고 속도는 빨라지기 때문인데, 이러한 현상을 벤츄리(venturi)효과라고 부른다. 빌딩풍이 위험한 이유는 지상의 바람이 잔잔한 상황에서 갑자기 2~3배 이상으로 풍속이 강해지면서 벌어지는 사고가 많기 때문이다.

---

오는 2026년 국내 드론시장 규모 4조4000억원 육박…의무보험 확대해야

---

정부는 오는 2026년까지 국내 드론시장이 4조4000억원, 사업용 드론은 5만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사업용 또는 12㎏을 초과하는 드론은 총 1만5025대가 등록돼 있다. 이 중 사업용과 비사업용 비중은 각각 80%와 20%정도다.

정부는 드론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지난해 5월 취미용 드론의 의무등록 기준을 자체 중량 12㎏에서 2㎏으로 대폭 낮췄다.또 지난해 12월 의무보험 가입대상을 사업용에서 공공용도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보험사들은 사업·공공용 드론을 대상으로 의무보험인 제3자 배상책임보험만 판매한다. 보험사에 알아본 결과, 취미용 드론을 대상으로 한 상품은 전무한 실정이다. 의무보험의 경우에도 드론 추락으로 인한 기체 파손이나 도난 또는 분실, 초상권, 사생활 침해로 인한 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상용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의무보험 대부분이 제3자에 대한 손해보상한도액(대물 1억5000만원, 대인 2000만원)을 정하고 있다"며 "이를 준용해 취미용 드론의 의무보험 보상한도액을 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주요국의 보험사들은 종합보험 방식의 드론보험 상품을 제공한다"며 "우리나라도 다양한 위험을 보장하는 종합담보 개념으로 드론보험 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ifyouare@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