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펀더멘탈 보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사진=AFP |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광풍이 한풀 꺾인 것일까. 맹목적인 팬덤 투자와 뇌동 매매로 유행하던 종목들의 인기가 시들해진 모습이다. 게임스톱 주식은 폭락했고 개인 투자자들을 떼로 몰고 다니던 '파파 머스크' 일론 머스크와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의 입김도 부쩍 약해졌다.
CNBC는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에 힘입어 승승장구하던 종목들이 내리막을 타고 있다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한 관심을 잃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나온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이날 미국 국채 금리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던 기술주가 큰 폭의 약세를 보였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사흘 내리 떨어졌지만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마이크론 등은 이날 일제히 1.5~3% 낙폭을 보였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를 때 미래 수익 반영도가 큰 기술주가 하락하는 전통적인 흐름에서 벗어난 것이다.
거래량도 줄었다. 이날 뉴욕증시 거래량은 30일 평균의 80%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나스닥 거래량은 30일 평균치 대비 90%였다. 지난해 개인 투자자 유입으로 시장 거래량이 증가했음을 고려할 때 최근의 거래량 감소는 그에 대한 관심이 줄었음을 의미한다는 게 CNBC의 해석이다.
자산운용사 밀러타박 맷 말리 애널리스트는 "개인 투자자들이 발을 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그렇다면 질문은 그들이 왜 떠나느냐다. 금리 상승 때문에? 코로나 재유행을 걱정해서? 아니면 3월 광란에 베팅하는 걸까?"라고 말했다. 3월의 광란이란 매년 3월에 열리는 미국 대학농구선수권 대회를 가리키는데 이변이 속출한다는 의미를 담는다.
게임스톱 3개월 주가 추이/사진=인베스팅닷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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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든 또 다른 예는 게임스톱이다. 게임스톱은 커뮤니티 레딧을 중심으로 모인 개미 군단이 공매도를 친 월가 대형 헤지펀드를 상대로 매수 공세를 펼치면서 놀라운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그러나 게임스탑은 최근 레딧에서 언급되는 횟수가 크게 줄었고 급기야 24일에는 실망스러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33.79% 급락한 120.34달러에 마감했다. 자금 조달을 위해 지분 추가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악재로 작용했다.
CBNC는 게임스톱에서도 거래량 감소에 눈에 띈다고 짚었다. 24일 거래량은 2300만주로 30일 평균치인 3400만주의 3분의 2에 불과했다. 가파른 하락에도 주식을 팔려는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적다는 것은 그만큼 이 종목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게임스톱과 마찬가지로 레딧 투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영화관 체인인 AMC엔터테인먼트도 24일 15.38% 미끄러졌는데 거래량은 30일 평균치 대비 3분의 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트윗 한 줄, 말 한 마디에 시장을 출렁이게 할 정도로 개인 투자자들을 몰고 다니던 거물들의 시장 영향력도 쪼그라든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속에 지난해 100% 넘는 수익률을 내 주식 족집게로 명성을 얻은 미국 여성투자자 캐시 우드가 19일 투자 노트를 통해 테슬라 주가 전망을 3000달러로 제시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테슬라 주가는 22일 2.3% 상승한 뒤 23일부터 이틀 동안 6% 넘게 떨어졌다. 우드는 이름 때문에 '서학개미'들 사이에서 '돈나무 언니'로 통한다.
우드가 이끄는 아크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도 흐름이 지지부진하다. 클라우드, 전자상거래, 빅데이터 등 신성장 인터넷 기업을 담는 간판 ETF '아크 넥스트 제너레이션 인터넷 ETF(ARKW)'는 이번 주에만 8% 가깝게 미끄러지면서 올해 상승폭을 전부 반납하고 마이너스 수익률로 돌아섰다. 2월 16일 기록한 고점에 비해서는 28% 떨어졌다.
레딧에서 '파파 머스크'로 불릴 정도로 개인 투자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던 일론 머스크의 입김도 부쩍 줄었다. 머스크는 24일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을 통한 테슬라 자동차 결제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지만 비트코인 값을 띄우는 데는 실패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하루 전 머스크 발표 시점 5만400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한국시간 25일 오후 2시20부 현재 5만2797.57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달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15억달러를 투자했고 자동차 결제에 비트코인을 수용할 것이라고 예고했을 때 비트코인이 15%가량 급등한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일각에선 시장이 마침내 펀더멘탈을 보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기술주, 게임스톱, 테슬라, 비트코인 등은 모두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한 유동성 파티 속에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성 매매로 버블 우려가 컸던 자산으로 거론돼왔다. CNN비즈니스는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면 증시에서 결국 승자는 경기 순환주가 될 것이라고 봤다. 로건자산운용의 스티븐 리 대표는 "기술주는 팬데믹 기간 신속하게 보상을 받았다. 이제 시장은 새 환경에 적응한 더 많은 기업에 보상을 할 것"이라면서 실물경제 회복에 따라 에너지, 화학, 철강, 항공, 소매업 등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주와 성장주를 완전히 무시해서는 안 되며 위험한 투자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양질의 회사를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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