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산 백신 의존도 큰 영국·캐나다 피해 볼 듯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유럽연합(EU)이 역내에서 생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다른 나라로 앞으로 6주간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의 긴급 법안 제정을 마무리 짓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EU 내 코로나19가 3차 확산에 접어든 가운데 백신 공급마저 부족해지면서 회원국이 정치적 대혼란까지 빚어지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백신 수출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법안이 화급히 추진됐다고 해설했다.
이 매체가 확보한 이 법안의 초안을 보면 EU로 백신을 수출하지 않는 나라 또는 EU보다 백신 접종률이 높거나 전염병 확산 상황이 심각하지 않은 나라에 백신 수출을 제한하는 권한을 EU 집행위원회에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EU의 한 관리는 이 신문에 "이 법은 백신 수출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재량권을 EU에 부여할 것"이라며 "백신이 다른 나라로 계속 수출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이 시행되면 EU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영국과 캐나다, 이스라엘이 타격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U는 2월∼3월 중순까지 역내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 4천만 접종분을 33개국에 수출했는데, 이 가운데 1천만회치가 영국에, 430만회치가 캐나다로 향했다.
또 EU가 수출을 금지하는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제품이 대부분이지만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공급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백신을 거의 자국에서 생산하는 미국은 상대적으로 손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U 깃발 |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지난 17일 영국에서 EU로 배송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부족하다며 영국으로 백신 수출을 차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리는 세기적 위기에 직면했다"라며 "유럽인이 되도록 빨리 백신을 확실히 맞을 수 있도록 해야 해서 모든 수단을 염두에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EU의 각 회원국에서는 거듭되는 전면 봉쇄령에도 코로나19를 통제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이 고조하면서 정부가 정치적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NYT는 "EU는 백신의 주요 생산지인데도 다른 부유국(미국, 영국)보다 백신 접종이 뒤처졌고 이에 대한 여론의 분노와 정치적 비용이 커지고 있다"라며 "영국 국민의 40%가 백신을 맞았지만 EU는 불과 10%에 그친다"라고 설명했다.
EU의 움직임에 대해 유미 핸 캐나다 통상부장관 대변인은 "우려스럽다"라며 "우리의 핵심적 보건·의료 공급망이 유지될 수 있도록 EU와 계속 협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1일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출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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