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제재에 중국 ‘보복 제재’…서로 대사 초치하며 신경전
유럽의회 의원 “제재 해제가 투자 협상 시작의 전제 조건”
중국 신장지역 위구르족의 인권문제를 두고 유럽연합(EU)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주 열린 미·중회담에서 양국이 팽팽한 신경전을 보인 상황에서 EU도 중국과 날선 비판을 주고받으며, 서방국가 대 중국의 외교적 긴장관계가 형성됐다.AFP는 23일(현지시간) 유럽 국가들이 중국의 보복성 제재에 대한 항의 차원으로 자국 주재 중국 대사들을 초치했다고 보도했다.
EU는 지난 22일 중국 신장에 격리된 위구르족 탄압을 이유로 중국 관리 4명과 단체 1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신장에는 최소 100만명 이상의 위구르족이 살고 있는데 중국 정부가 ‘이슬람 극단주의 예방’을 명분으로 무슬림인 위구르족에게 잔혹한 탄압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뉴라인연구소는 지난 9일 “수용소 내 수감자들이 고문과 성폭행, 강제낙태를 당하는 등 탄압받았다”며 “중국 정부가 이들에게 저지른 행위는 유엔대량학살금지조약의 모든 조항을 위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EU가 제재를 발표한 날 미국과 캐나다, 영국도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 관리들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은 2020년 7월 이미 두 명에 대해 제재를 발표했고, 이날 두 명을 더 추가했다.
중국의 반발도 거세다. 중국은 “위구르족이 탄압받고 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맞대응으로 유럽 측 인사 10명과 단체 4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유럽의회 의원 5명과 학자들도 포함됐다. 또 당일 주중 EU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독일은 이에 23일 주독일 중국대사를 외무부로 불러 “긴급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독일 외무부는 “중국이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제재 조치를 가한 것은 EU와 중국 관계에 불필요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부적절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와 덴마크, 벨기에, 리투아니아, 스웨덴 등도 자국 중국대사를 초치해 중국의 제재조치에 항의하고 인권문제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강조했다.
프랑스는 하루 앞서 주프랑스 중국대사를 초치했다. 루사예 중국대사가 지난 19일 트위터에 올여름 대만을 방문하기로 한 프랑스 의원들을 겨냥해 “폭력배” “미친 하이에나”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것이 이유였다. 프랑스 외교부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즉각 루사예 대사를 불러들였으나, 그는 일정을 이유로 미루다가 22일에야 초치에 응했다.
EU와 중국의 외교적 긴장관계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12월 양측이 맺은 포괄적 투자협정의 지속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캐슬린 반 브렘프 유럽의회 의원은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이 유럽의회 의원에게 내린 제재조치를 해제하는 것이 투자 협상을 시작하는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양측의 대립이 경제 제재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쩡징한 영국 랭커스터대 교수는 “미·중관계가 하강국면인 상황에서 중국이 EU와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입장에서 EU라는 큰 시장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탕샤오양 칭화대 교수도 “양측이 인권문제와 경제문제를 분리해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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