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당선 시 야권의 핵심 축 부상
내곡동 처가 땅 의혹 최대 변수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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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오세훈의 정치적 부활. 10년 전 보편적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주민투표 끝에 물러난 서울시장 자리로 다시, 한 걸음 다가섰다.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잇따라 물리치면서 보수야권의 통합 후보로 올라선 것이다. 단일화 이전에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고 단일화로 더욱 세를 불리게 됐다.
오 후보는 23일 기자회견에서 안 후보에 대해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단일화 전투에서는 대결했지만, 정권 심판의 전쟁에서는 저의 손을 꼭 잡아달라"고 했다. 이어 "단일화로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 교체의 길을 활짝 열라는 시민 여러분의 준엄한 명령을 반드시 받들겠다"고 말했다.
오 후보가 최종적으로 서울시청 재입성에 성공한다면 인물난에 시달리는 보수 야권에서 핵심으로 부상할 수 있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 한 야권의 환부(患部)를 깨끗이 치료하는 주인공이 되기 때문이다. 오 후보가 말한대로 이번 보궐선거는 내년 3월 대선의 전초전 성격이 강하고 이후 야권 정계 개편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서울시장이 될 경우 그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수 있고 차기 대선의 유력 주자로 치고 올라가는 측면도 있다. 내년 3월에 대선, 6월에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일정이며 일각에서는 동시 실시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오 후보는 나 전 의원과의 경선에서 이기면서 ‘강성 보수’보다는 ‘합리적 보수’를 선호하는 민심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또 안 후보와의 대결에서도 승리하면서 전통적인 보수이자 국민의힘 지지자들 외에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도 품을 수 있는 후보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안 후보가 공언한대로 선거운동에 힘을 보태게 되면 지지세를 더욱 확장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 후보는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크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 후보는 50.6% 지지율로, 36.8%에 그친 박 후보를 13.8%포인트 앞섰다.(입소스(IPSOS), 중앙일보 의뢰,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1002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이 조사는 지난 19∼20일 진행됐다. 20~21일 이루어진 또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오 후보 47%, 박 후보 30.4%로 오 후보가 16.6%포인트 앞섰다.(지상파 방송 3사 공동 조사, 서울·부산 거주 만 18세 이상 1006명,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오 후보가 차세대 보수의 리더에서 내리막을 걷기 시작한 시점은 2011년이다. 서울시의회에서 무상급식 조례안이 통과되자 주민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개표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투표율이 나왔고 약속대로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발판을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보수 진영의 비판을 받아왔다. 결코 뗄 수 없는 꼬리표가 달린 것이다.
정치적 낭인 시절을 보내다 2016년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했으나 정세균 국무총리에 밀렸고, 2019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했으나 황교안 전 대표를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서울 광진을에 출마했으나 고민정 민주당 의원에게 패배해 고배를 마셨다.
반전에 나선 오 후보는 시정 경험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첫날부터 능숙하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다시 서울시장직으로 그리고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길목에 서 있다.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무엇보다 서울시장 재임 시절 처가의 내곡동 땅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셀프 지정’했다는 여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그는 또 한 번 "양심선언이 나오면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상태다. 부동산 비위에 대한 민심이 극도로 예민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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