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미·영·캐·EU, 중국 '신장 지역 인권탄압' 동시다발 제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유럽연합(EU)이 22일(현지시간) 신장 지역 내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인권탄압을 이유로 중국에 대해 동시다발로 제재를 단행했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 18~19일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열린 첫 고위급회담에서 날카롭게 충돌한 이후 서방국가들이 중국의 인권탄압에 대한 미국의 압박에 적극 동참한 것이다. 중국은 이에 맞서 EU 측 인사들에 대해 보복 제재 방침을 발표했다. 동맹·우방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중국에 대응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중국은 이에 맞서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는 등 ‘신냉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신장 위구르 지치구의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인권탄압과 관련해 왕쥔정 신장생산건설병단 당위원회 서기, 천밍거우 신장공안국장 등 중국 관료 2명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이번 제재가 심각한 인권탄압이나 부패에 관여된 인사의 미국 재산을 동결하고 비자를 제한하며 미국 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의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안드레아 개키 OFAC 국장은 “신장에서 잔혹 행위가 계속되는 한 중국 당국자들은 계속해서 그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재무부는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에 대한 임의적 구금과 고문을 포함한 인권탄압에 대한 중국 정부의 책임성 증진에 헌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에 대한 추가 조치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난 18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신장, 홍콩, 대만,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우리 동맹들에 대한 경제적 강압을 포함해 중국의 행동에 대한 우리의 깊은 우려를 논의할 것”이라면서 “이 모든 행동들은 지구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규칙에 기반한 위협한다”고 밝힌 바 있다.

EU와 캐나다, 영국도 중국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EU는 중국, 러시아, 북한 등 6개국 관리 10여명을 인권탄압 혐의로 제재를 부과했다. 중국에서는 미국이 제재를 단행한 2명과 주하이룬 전 신장 당위원회 부서기, 왕밍산 신장 정치법률위원회 서기 등 4명과 단체 1곳이 제재 명단에 올랐다. 주하이룬과 왕민산은 이미 미국의 제재대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EU가 인권탄압과 관련해 중국을 제재하는 것은 1989년 베이징 톈안먼 광장 사태 직후 무기 금수 조치를 단행한 이래 처음이라고 전했다. EU 제재 대상에는 북한의 정경택 국가보위상, 리영길 사회안전상과 중앙검찰소도 포함됐다. 캐나다와 영국도 EU가 발표한 중국 관료 4명과 단체 1곳에 대해 제재를 단행했다.

서방국가들은 형식상 각자의 국내법에 의거에 중국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하지만 미국·캐나다·영국 3국 외교장관이 이날 중국의 신장 지역 인권탄압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서로 보조를 맞춰서 이뤄진 것이다. 미국·캐나다·영국 외교장관은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신장에서 중국의 인권침해에 관한 심각하고도 계속되는 우려에서 단합돼 있다”면서 종교 자유의 심각한 제약, 강제 노동, 수용소 집단 구금, 강제 불임, 위구르 유산 체계적 파괴 등에 관한 증거가 중국의 억압이 중국 정부 문건, 위성 사진, 목격적 증언 등을 통해 충분히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3국 외교장관들은 “오늘 우리는 EU의 조치와 병렬적으로 신장에서 인권 침해와 탄압에 관해 뚜렷한 메시지를 보내는 조율된 조치를 취했다”면서 중국 당국에 신장 지역에 대한 유엔의 독립적인 조사와 언론 외교관의 제악 없는 접근 등 투명성과 책임성을 요구했다.

서방국가들의 중국 제재는 이날부터 시작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유럽 방문과 맞물려 나왔다. 블링컨 장관은 22~25일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고 EU 고위급 인사들과 만날 예정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유럽 방문에서 동맹 강화 방안과 러시아, 이란, 중국 등 위협적인 국가들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의 인권탄압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서방국가들의 제재 조치에 중국은 보복 제재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EU의 제재 발표와 관련해 “중국의 주권과 이익을 심각히 침해하고, 악의적으로 거짓말과 가짜정보를 퍼뜨린 유럽 측 인사 10명과 단체 4곳을 제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과 캐나다, 영국에 대해서도 유사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 여성, 외치다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