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75.1%는 `물가에 비해 월급이 오르지 않는다`며 근로소득에 대한 기대감을 접고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 등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경DB] |
중견기업에 다니는 한민정씨(29·가명)는 최근 2차 전지 주식공부에 빠졌다. 전기차 확대 기대감이 컸던 지난해 관련 주가 급등하자 월급보다 많은 투자수익을 올리며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그는 "쥐꼬리만큼 오르는 월급으로는 생활비 대기도 빠듯하다"며 "우선 주식으로 10억원을 모은 후 이 회사에서 탈출해 '파이어족'(경제적으로 자립해 조기 은퇴하는 사람) 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타격에 소득·고용 충격이 커진 가운데 2030세대 열명 중 여덟명(82.3%)이 올해 고용 상황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나빠질 것으로 봤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2030세대 75.1%는 '물가에 비해 월급이 오르지 않는다'며 근로소득에 대한 기대감을 접고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 등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경제연구원이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발표한 '일자리 전망 국민인식'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올해 고용 사정이 코로나19 이전 국면보다 악화할 것이라고 본 국민은 77.3%에 달했다. 2030세대가 고용을 비관적으로 보며 전체 분위기가 더 무거워졌다.
코로나19 이전 대비 올해 고용상황 전망 [자료 = 한국경제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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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코로나19 충격이 지속(45.3%)되면서 국회·정부발 기업규제가 강화(26.3%)하고 있다는게 주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월급으로 돈 모으는데 따른 전망도 암울하다. 전체 응답자 68.9%가 물가 오름폭이 비해 월급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특히 2030세대가 월급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웠다.
2030세대 절반 가량(43.4%)은 소득을 끌어올리기 위해 주식·부동산 등 재테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세부적으로 쪼개보면 20대는 주식(40.0%)과 암호화폐(9.5%)가 유망하다는 응답이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고 30대는 부동산(33.4%)을 유망하게 본 비중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컸다.
고용상황 악화될 주요 원인 [자료 = 한국경제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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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문은 점점 좁아지고 월급은 안 오르며 살기는 더 팍팍해지는데 주식·비트코인 등 위험 부담 크지만 기대 수익률이 좋은 상품에 자꾸 눈길이 가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청년층이 '빚투'(빚내서 투자)를 끼고 베팅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부채(1940조원)가 사상 처음 나라 경제규모(1918조원)를 넘어섰는데 이 중심에 2030세대가 자리잡고 있다.
하락하는 근로소득에 대한 기대감 [자료 = 한국경제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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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 따르면 30대 이하 소득 대비 부채비율(LTI)은 최근 1년 새 200.3%에서 221.1%로 치솟아 전 연령대 중 가장 가파르게 늘었다. 반면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DSR)은 36.1%에서 35.6%로 줄었다. 버는 돈에 비해 많은 빚을 지는 사람이 급증한 반면 빚 갚는 사람은 줄었다는 얘기다.
정부 부동산대책 실패에 집값이 뛰어오르자 전세 대출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 직접적이다. 여기에 빚까지 끌어모아 주식투자하는 '한탕주의'가 팽배한 영향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자산시장 가격이 급락하면 향후 경제 주축이 돼야할 청년층이 먼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연령별·성별 가장 유망한 재테크 수단 [자료 = 한국경제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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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코로나19 완화 분위기에도 국민들이 고용상황을 여전히 부정적으로 보고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 성장활력이 약화됐다는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하고 기득권의 진입장벽을 낮춘 고용시장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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