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Crypto Economy 태동하는 생태계' 보고서
"비트코인, 탈중앙화 위한 '시스템'이자 '생태계'로 부활"
"그 핵심에는 미국-중국의 디지털화폐 패권 경쟁이 자리"
글로벌 업체들 비트코인을 투자 및 결제수단으로 인정
"비트코인, 생태계 구심점 되는 통화 기능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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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최근 가상자산(암호화폐)이 제도권에 편입되고 있으며, 비트코인이 크립토 생태계의 구심점이 되는 통화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는 증권가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지난 18일 'Crypto Economy 태동하는 생태계'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가상자산 거래가 활발해지고 생태계 확장이 거세지면서 제도권 편입에 대한 고려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2018년 2만달러까지 급등했던 비트코인은 4000달러 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6만달러를 넘어서면서 다시금 하나의 자산군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
한투 보고서는 "2018년 가상자산이 투기적 목적이 큰 하나의 자산군으로서 유명세를 탔다면, 2020년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를 위한 하나의 '시스템'이자 '생태계'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그 핵심에는 물밑에서 시작된 미국과 중국 간의 디지털화폐 패권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CBDC를 선제적으로 도입했고,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지난 1월 은행이 이더리움 등 블록체인 망을 통해 결제 업무를 처리하고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한국도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이달 25일 시행될 예정이다.
특히 OCC의 이번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입장 발표는 블록체인이 미국의 본원통화로 인정받는 법적 근거가 처음으로 마련됐다는 뜻이며, 블록체인이 은행의 독점적 고유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한투 보고서는 "미국 감독당국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의 핵심은 달러 패권을 수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며 "중국은 일찌감치 인민은행과 중앙정부가 통제하는 디지털위완화를 도입해 기축통화인 달러화와의 패권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번에 미국은 개방형에 가까운 글로벌 퍼블릭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해 생태계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들고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보고서는 OCC 발표에 대해 "미국 달러와 스테이블코인이 1대1 페그되어 발행되기 때문에 사실상 달러를 블록체인 위에서 유동화한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미국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경우 실질적으로 미국 달러가 디지털 형태로 유통되는 것이기 때문에 달러 지배력이 확장된다고 보는 시각"이라고 전했다.
또 "페이스북 디엠(가상자산) 등 기술 업체들의 코인발행 수요가 확산해 달러 경제권 안에서 이를 수용하고 양성화하려는 목적"이라며 "미국 정부가 페이스북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고, 디엠은 미국 달러화 시스템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달러 지배력을 강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중국은 CBDC 시스템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구축해 나가야 하지만, 달러 유동화는 이미 USDT(테더), USDC(USD코인) 등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굴러가고 있어서 기존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자금의 이동과 출처가 블록체인상에서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지하경제를 더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조치들로 가상자산의 제도권 진입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이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려면 수수료를 내기 위해서라도 이더리움(ETH)을 직접 구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미국 은행에서 앞으로 송금을 토큰으로 보내겠다고 하면 그 송금을 받기 위해서라도 관련 시스템을 갖출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스위프트(SWIFT) 체제의 붕괴가 시작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간 미국 외 지역 은행들은 스위프트 망을 통해 국제결제를 이용하고 송금을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스위프트를 통한 외화송금은 최소 1~2일 정도가 소요되지만, 이더리움 기반의 토큰 송금은 10분 안에 전송과 청산이 완료된다. 한투 보고서는 "정부에서든, 기존 금융권이든 가상자산에 대해 '금지' 정책으로 일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상당수 글로벌 업체들이 재무상태표(B/S)에 현금(cash) 대신 비트코인을 편입하거나, 중개업체들이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글로벌 IB들이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가상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지난 1월 비트코인에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페이팔은 비트코인 결제서비스를 도입했으며, 마스터카드는 연내 자사 네트워크에 가상자산 지원 제공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2개 펀드에 비트코인을 적격 투자대상으로 추가했으며, 캐나다에서는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다.
이에 대해 한투 보고서는 "가상자산 관련 생태계가 한 단계 도약을 이뤄낼 것으로 판단하고 선제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일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생태계의 구심점이 되는 통화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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