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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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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자본규제 다시 죘다…시험대 오른 美연준 통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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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국채 더 사라`…팬데믹에 규제 풀었던 연준

1년 만에 원위치…국채 안정됐다면서 재조정 시사

정치권 압박 영향…오퍼레이션·YCC 조기 도입 가능

`혹 테이퍼링 신호?`…의심하는 시장 달래기 시험대

이데일리

제롬 파월 연준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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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 예상을 깨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하에서 은행들의 국채 매입과 대출 확대를 위해 한시 도입했던 보완적 레버리지비율(SLR) 규제 완화 조치를 연장하지 않고 그대로 종료했다.

팬데믹에 풀었던 SLR 규제 다시 정상화

작년 봄 코로나19가 미국 경제를 강타하자 연준은 국채시장에서 은행들이 더 많은 국채를 매입하는 한편 연준의 자산 매입으로 늘어난 지급준비금을 풀어 은행들이 기업과 가계에 더 많은 대출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SLR 규제를 1년 간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SLR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총 연결자산이 2500억달러(원화 약 310조2000억원)를 넘는 미국 대형 금융기관에 적용된 규제로, 은행들은 자산이 늘어난 만큼 그에 비례해 추가로 자기자본을 보유해야만 한다.

이에 따라 대형 은행들은 총 자산 중 3%를 자기자본으로 유지해야 하고, 특히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에 편입된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웰스파고, 모건스탠리는 그보다 높은 5%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국채금리가 뛰고 시중 대출이 급감하자 연준은 이 규제를 풀어 총 자산에서 국채와 연준 지급준비금을 제외해줬다. 이 덕에 SLR로 보유해야 하는 3%와 5% 자기자본을 정할 때 기준이 되는 분모인 총 자산이 줄어들게 돼 은행들은 그 만큼 더 많은 국채를 살 수 있었다. SLR 면제 조치가 연장되지 않으면서 대형 은행들은 다시 늘어나는 자기자본을 맞추기 위해 보유하던 미 국채를 팔거나 모자라는 자본금을 추가로 확충하거나 예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국채 매도 우려에 연준 “걱정없지만 만약…”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연준이 SLR 규제 완화 조치가 다시 연장될 것인지에 주목해왔다. 사실 그동안 연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SLR 규제 완화 조치 연장 여부에 말을 아껴오긴 했지만, 최근 국채금리가 크게 뛰는 상황에서 ‘결국엔 연장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가 더 컸던 게 사실이었던 만큼 어느 정도 시장에 충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대형 은행들은 미 국채시장에서 가장 많은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 보유규모만 2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SLR 면제 조치가 연장되지 않으면 3500억~500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내다 팔아야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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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은행들의 연준 지급준비금 추이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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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연준은 시장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만약 상황이 좋지 않게 간다면 뭔가 다른 조치를 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최근 미국 국채시장은 안정돼 있다”고 평가하면서 “특히 일부 대형은행은 1조달러에 이를 정도로 충분한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새 기준에 맞추기 위해 국채를 내다 팔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와 금융시장이 크게 안정된 만큼 코로나19에 따른 특별 조치를 하나 둘 없애 나가되 시장이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립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연준은 “최근 은행들이 연준에 쌓아둔 지급준비금이 늘어난 상태이고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도 증가하는 상황인 만큼 경제 성장과 금융 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앞으로 SLR 기준을 어떻게 설계하고 조정할 것인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며 상황에 따라 제도를 손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정치적 압박?…연준 역할 강화할 수도

사실 이 같은 연준의 이중적인 스탠스는, 연준이 통화정책 당국인 동시에 금융회사들에 대한 규제 기관이라는 이중적 성격과 맞닿아 있다. 결국 이번 SLR 규제 완화 연장을 둘러싼 결정도 어느 정도는 정치적 요구를 반영했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국 대형 은행들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강하지 않은 만큼 SLR 면제 조치를 1년 더 연장해 달라고 로비를 했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셰러드 브라운 상원 금융위원장 등 `월가 매파(강경파)` 의원들이 이를 절대 받아줘선 안되나고 연준을 압박해왔다.

이렇다 보니 연준 입장에서는 SLR 규제 완화를 그만 두는 대신 자신들이 직접 나서서 시장을 안정시키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 “국채시장이 안정돼 있다”고 진단한 연준이지만, 지금도 매달 1200억달러(국채 800억달러+모기지담보증권 400억달러)씩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SLR 규제 완화 종료로 은행들의 국채 매수 여력이 줄었으니 연준이 이를 더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아울러 연준이 단기채를 팔아 그 자금으로 장기채를 매입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나 10년물 국채금리가 뛰지 않도록 직접 통제하는 수익률곡선관리(YCC)를 더 조기에 도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혹 테이퍼링 신호탄?…연준 의심하는 시장

다만 문제는 이번 조치를 시장이 연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의 전조로 받아 들일 경우 의외로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제롬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은 아직 멀었다”고 강조했고, 연준도 최대 고용과 인플레이션이라는 이중 정책목표(듀얼 맨데이트) 달성을 위한 `실질적인 추가 진전`을 테이퍼링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시장은 이미 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연준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2%에서 6.5%로 대폭 상향 조정한 것을 두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릭 라이더 글로벌 채권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이르면 6월 FOMC 회의에서 `올해 말 쯤부터 자산매입을 축소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질 수도 있다”고 점쳤다. 대신 그에 맞춰 연준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도입할 수 있다고 봤다.

이번 FOMC 회의에서 공개된 점도표에서도 이미 4명의 정책위원들이 `내년 금리 인상`을 점친 바 있다. 연준이 그동안 `제로(0)금리를 벗어나기 이전에 테이퍼링을 시작하겠다`고 누차 밝혔던 만큼 내년에 금리 인상이 있다면 그 이전에 테이퍼링을 시작돼야 한다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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