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미얀마 양곤에서 반군부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 중인 모습./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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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가 반중(反中) 시위로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쿠데타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는 등 사실상 군부를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미얀마 내 반중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미얀마 최대도시인 양곤에 위치한 중국계 공장들은 반군부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수백억원대의 피해를 입었다.
17일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미얀마 양곤에서 중국계 공장 32곳이 습격을 받았다. 수십 명이 오토바이를 탄 채 손에 쇠막대기, 휘발유통 등을 들고 공장 창고와 기숙사에 방화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중국 공장을 겨냥한 '악의적인 공격'으로 재산 피해는 2억4000만위안(약 417억원)을 넘었다고 환구시보는 전했다.
미얀마 안팎에서는 쿠데타 이후 '중국 배후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쿠데타가 발생하기 약 3주 전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을 만났고, 쿠데타를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성명에 중국이 반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등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미얀마 쿠데타 규탄 시도를 '내정 문제'(Internal Affair)라는 이유로 저지하고, 군부와 경제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미얀마 내 반중 여론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 반중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흔히 볼 수 있으며 , 온라인에서는 화웨이 스마트폰부터 동영상 플랫폼 틱톡까지 중국의 모든 것을 불매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이같은 상황으로 인해 중국은 외교적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중국이 200명이 넘는 시위대를 죽음에 이르게 한 미얀마 군부를 지지할 경우 '중국 배후설'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공장이 공격받는 등 자국민의 피해가 커지고 있어 손을 놓고만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AFP는 "중국은 현재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얀마 내에 자국 이익을 보호할 정부가 들어서기를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얀마 정치 분석가인 리처드 호시는 AFP에 "중국은 어떤 세력이 정부를 차지하든 상관하지 않지만 중국의 프로젝트와 이익을 보호할 정부를 원한다"며 "중국이 군부와의 관계를 구축하려 할수록 대중들은 반대쪽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얀마 내에서 급속 확산하고 있는 반중 정서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도 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미 동남아 개도국 사이에선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BRI)가 '부채 함정'(Debt-trap)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티띠난 뽕수디락 태국 국립 쭐라롱껀대 교수는 "중국의 이익에 대항하는 (미얀마의) 광범위한 민중 봉기는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을 거쳐 전염돼 반중 정서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얀마에서는 중국에 대한 로 인해 댐 건설 프로젝트가 중단된 바 있다. 중국과 미얀마는 2009년 미얀마 카친주 이라와디 강 인근에 미트소네 수력발전소 건설에 착수했다. 당시 중국은 36억 달러(약 4조원)를 투자해 댐을 건설하고 이후 전력을 끌어쓴다는 계획이었지만 미얀마 국민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건설이 잠정 중단됐다.
박가영 기자 park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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