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16일 의회에 출석해 ‘경쟁 시대의 글로벌 영국’ 보고서 내용을 설명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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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국회에 출석해 ‘경쟁 시대의 글로벌 영국’이라는 제목의 보고서 내용을 설명했다. 지난 1년간 작성된 114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완료한 영국의 향후 10년 외교‧국방 정책 방향성이 담겼다.
존슨 총리는 보고서 내용을 두고 “우리가 어떻게 동맹을 강화하고, 우리의 역량을 키울지 새로운 해결 방법의 방향성을 담았다”며 “동시에 반대되는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들과 경쟁하는 기술을 다시 배울 방법도 담았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의 핵심은 인도·태평양 지역으로의 외교 중심축 전환(pivot)이다. 보고서에는 “2030년까지 지정학적, 경제적 중심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동 번영과 지역 안정을 위해 외교와 무역 측면에서 더 깊이 관여할 계획”이라고 적혔다.
그러면서 “중국, 인도, 일본 등 역내 강대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 등 다른 지역으로 (인식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영국은 오는 6월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인도·호주한국 등 아태지역 국가 정상을 게스트로 초청했다.
영국 정부는 보고서를 통해 영국이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 파트너 지위를 신청했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도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했다.
신장 자치구 우루무치에 있는 한 위구르족 수용소. 영국 BBC방송이 위구르족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인권 유린을 폭로하면서 중국 광전총국은 지난달 BBC가 ″신장(新疆) 위구르자치구와 코로나19 관련해서 왜곡된 가짜뉴스를 보도했다″며 ″1년간 방송 면허 신청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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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최근 홍콩·인권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보고서는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두고 “러시아가 안보에 가장 활발한 위협이며, 중국은 국가 단위의 가장 큰 위협이다”고 규정했다.
이를 두고 존슨 총리는 “우리는 중국의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내 인권 유린과 홍콩 내 민주주의 세력에 대한 억압에 주도적으로 비난해왔다”며 “중국이 민주주의 개방사회에 큰 도전이 될 것이란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 부문과 기후변화 대응 등에 대해선 중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인도·태평양 중심 외교 정책이 중국에 대한 견제에 있지만, 동시에 경제적으론 협력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핵 전력 증강 계획도 외교 '독자 행보' 선언과 맥락이 같다. 현재 180개 보유하고 있는 트라이던트 핵탄두를 260개로 늘리기로 했다. 존슨 총리는 "영국이 해외 국가들과 경쟁할 수 있는 체급을 갖추는 것을 다시 배워야 한다"고 언급했다.
EU와의 외교적 결별과 동시에 인도·태평양 지역의 영향력 강화를 위한 군비 확충 등을 담은 이번 발표를 두고 영국 현지에서는 갑론을박이 인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시아에 비중을 두는 영국의 새 전략은 기존 동맹국과의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BBC방송도 “한쪽에선 중국 체제를 향한 비판을 노골화한 것을, 다른 한쪽에선 그들을 ‘파트너’라고 규정한 것을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2017년 영국 하원에서는 브렉시트 협상 개시 법안이 통과됐다. [영국 의회TV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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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핵 증강 계획을 두고도 핵확산금지조약(NPT) 제6조(조약 체결국의 핵 군비 축소 책임 규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소속 이언 블랙포드 하원 원내대표가 “누가 영국 정부에 핵확산금지조약을 어길 수 있는 권리를 주었냐”고 비판한 데 이어 2017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의 베아트리체 핀 사무총장도 “이는 터무니없고 위험한 무책임한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보고서 내용을 두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과거의 영광만으로 세계 초강대국으로 거듭나겠다는 런던의 환상에서 비롯된 미숙한 정책 결정”이라며 “영국의 지나친 낙관주의는 결국 미국의 종속국으로 격하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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