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안전자산 역할 해온 금…올해 들어 시세 떨어져
희소성과 거래편의성 장점 지닌 비트코인…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대표 가상통화(암호화폐) 비트코인이 연일 신고점을 기록하며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은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비트코인이 금의 지위를 넘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7일 오전 8시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약 1.3% 상승한 6535만3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연초 대비 약 102% 오른 수치다. 지난 14일에는 7145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반면 금 가격은 떨어지는 추세다. 금 시세 확인사이트 골드프라이스에 따르면 같은 시간 금 가격은 온스당 1731.78달러를 기록하면서 연초 고점(1952.70달러) 대비 약 11.3% 떨어졌다.
금은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이나 경제 위기 속에서 안전 자산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8월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위축되는 동시에 각 국가별로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펴자 금값은 온스당 약 2069달러까지 올랐다. 미국 최대 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금값이 23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전망이 무색하게 금 가격이 약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비트코인이 금의 안전자산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비트코인이 금과 비슷한 평가를 받게 되면 장기적으로 14만6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트코인의 금 대체 가능성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은 비트코인도 금처럼 희소성을 지닌 점에 주목한다. 비트코인의 수량은 2100만개로 한정돼 있으며 이미 총 발행량 중 90%가 채굴된 상태다. 또한 반감기가 존재해 일정 시기가 지나면 채굴마다 얻을 수 있는 비트코인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더 희소해진다.
비트코인이 금보다 거래가 더 편리하다는 점도 최근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국경을 넘어 거래할 때 비트코인의 장점이 부각된다. 비트코인은 복잡한 절차 없이 가상통화 지갑을 통해 해외와 거래할 수 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걸려도 10시간 안에 거래는 완료된다. 반면 금은 세관에서 신고 절차를 밟아야 하며 국내로 가지고 들어올 땐 진위 여부 및 감정을 거쳐야 해 적어도 하루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이 금을 위협할 수 없다는 반박도 만만찮다. 금에 대한 신뢰를 비트코인이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금은 과거 금본위제에서 화폐 가치를 보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비트코인과 달리 금은 내재가치를 지니고 있다. 금의 유연성과 불변성을 대체할 물질이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 예로 반도체와 태양광 전지 등을 제작할 때 금이 쓰인다. 하지만 비트코인에 특별한 내재가치가 없다는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가상통화는 태생적으로 내재가치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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