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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병원장 A씨는 소득세 등 27억원을 빼돌린 돈으로 가상자산 화폐에 베팅했다가 과세당국에서 '철퇴'를 맞았다. A씨를 예의 주시하던 국세청에 덜미를 잡혀 계좌를 압류당하자 세금을 전액 현금으로 토해낸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A씨가 비트코인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세금을 내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즉각 밀린 세금을 냈다"고 전했다.
경기도 빌딩 부자 B씨도 상황이 비슷하다. 보유한 부동산을 48억원에 팔아치운 뒤 양도소득세 12억원을 빼돌려 비트코인에 묻어뒀다가 당국에 적발되자 그제야 밀린 세금을 냈다.
과세당국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재산을 숨긴 체납자를 겨냥해 첫 강제징수 조치를 단행했다. 15일 국세청은 "가상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한 고액 체납자 2416명에 대해 366억원을 현금 징수하고 채권을 확보했다"며 "정부가 가상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한 자료를 수집해 징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체납자 가운데 222명은 비트코인 이외 다른 재산도 숨긴 것으로 드러나 추가 강제징수 추적조사 도마에 올랐다.
◆ 비트코인에 재산 은닉
얌체 체납자들은 소득세, 양도세, 상속·증여세 등 세목을 가리지 않고 돈을 빼돌려 가상자산에 베팅했다. 신종 자산인 가상화폐는 과세당국 감시망이 상대적으로 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하나같이 사업 소득, 부동산 양도대금, 상속·증여 재산에 대해 세금을 낼 돈을 비트코인 등으로 바꿔 숨기고 돈이 없다고 버티다 코인 계좌를 압류당했다. 일례로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 C씨는 사업 수입에 매겨진 세금을 내지 않고 가상자산에 14억원을 숨겼고, D씨는 부친이 사망하며 상속받은 재산(17억원)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고 가상자산에 5억원을 투자했다가 적발됐다. 체납자들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지만 과세당국은 지난해부터 가상자산 은닉 자금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지난해 3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정보법)'이 개정되며 가상자산 강제징수에 대한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법이 개정되면서 가상자산거래소는 금융회사로 분류되며 불법 재산 의심 거래나 고액 현금 거래를 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국세청은 체납자 거래소 계좌 정보를 확보해 추적조사에 나서며 밀린 세금을 받아내는 창구를 하나 더 늘렸다. 과세당국은 내년부터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소득세 20%)가 시작되는 만큼 관련 자산에 대한 감시망을 더 촘촘히 좁힌다는 방침이다.
◆ 압류된 비트코인 어떻게 되나
국세청이 밀린 세금 대신 확보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곧 매각된다. 이때 비트코인 가격 등이 떨어져 밀린 세금보다 가상자산 매각대금이 더 적어지면 현금 등 다른 자산을 추가 압류해 체납액을 맞추게 된다.
반대로 비트코인 가격 등이 올라 밀린 세금보다 가상자산 매각대금이 더 많아지는 상황이 되면 체납액만큼만 가상자산을 매각하고 나머지는 체납자에게 되돌려준다. 현행 국세징수법상 체납액을 초과하는 압류는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가상자산 계좌를 압류당한 체납자가 당국이 코인을 매각하기 전까지 세금을 완납하면 계좌를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다.
계좌를 압류당한 체납자 대부분은 '조속히 세금을 낼 테니 코인 계좌를 처분하지 말아 달라'는 뜻을 국세청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얌체 체납자 상당수가 그만큼 비트코인 등 가격 상승에 무게를 싣고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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