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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서학개미도 투자한 美유명 스팩에 공매도 '숏베팅'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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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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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매수 인기를 끄는 뉴욕증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주식을 대상으로 전문 투자자들의 주가 하락 베팅이 본격화됐다는 소식이 나왔다. 올해 부쩍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며 매수한 처칠캐피털IV(종목코드 CCIV)과 소셜캐피털헤도소피아(IPOE)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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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뉴욕증시 스팩 종목에 대한 공매도 규모 [데이터=S3파트너스·그래픽=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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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달 들어 뉴욕증시에서 스팩 종목에 대한 공매도 베팅 금액이 올해 초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고 공매도분석업체 S3파트너스를 인용해 전했다. S3파트너스 주간 분석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31일까지 스팩에 대한 공매도 규모는 총 7억2000만달러(약 8179억원) 였는데 이달 9일에는 26억7000만달러(약 3조326억원)로 석 달이 안되는 동안 3배 넘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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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E 올해 주가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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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데이터를 보면 '페북 부사장 출신' 차마트 팔리하피티야가 이끄는 IPOE 는 유통 주식의 19%가 공매도 상태다. IPOE는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 소파이를 합병해 우회상장하기로 하면서 관련 소식이 나오기 시작한 올해 1월 7일 하루 새 주가가 57.92% 뛰었고 지난 달 1일 주가가 사상 최고치(29.78달러)를 달렸다. 다만 이후 한 달여 만인 지난 12일 주가는 고점 대비 26.22% 떨어진 상태다.

스리랑카 난민 출신 팔리하피티야는 페북 부사장에 이어 최근 스팩을 세워 기업을 우회 상장시키며 '21세기 버핏' 으로 뜬 인물이다. 지난 2019년에는 뉴욕증시 사상 처음으로 '민간 우주 여행사' 버진 갤럭틱을 합병해 우회 상장시키면서 시장 주목을 끌었다. 올해 팔리하피티야는 게임스톱 콜옵션을 사들이면서 '공매도와의 전쟁'을 벌인 개인 투자자들을 응원한 바 있다. 콜옵션은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이다. 팔리하피티야는 게임스톱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에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콜옵션을 사들였는데 이제는 자신의 스팩이 공매도 공략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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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경쟁사' 루시드모터스 합병 계약 소식으로 주가가 폭등했다가 최근 급락한 CCIV 주가 올해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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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월가 시티그룹 부사장 출신 마이클 클라인이 이끄는 CCIV 도 공매도가 부쩍 늘고 있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CCIV 유통 주식에 대한 공매도 비율은 약 5%로 이달 들어서만 2배 이상 늘어난 상태다.

특히 CCIV는 '테슬라 경쟁사' 루시드모터스 인수 소식으로 주가가 급등했고 '제2의 테슬라'를 찾아나선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달(2월 13~3월 15일) 동안 CCIV는 한국 투자자 매수 상위 3위(결제 금액 6억8823만달러) , 순매수 상위 8위(7769만달러) 에 올랐다. 다만 해당 기간동안 CCIV 주가는 49.20% 폭락한 상태다.

월가 공매도 베테랑으로 꼽히는 에두아르도 마르케스는 WSJ 인터뷰에서 "1990년대 중반이후 뉴욕증시 상장 기업 수가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지난 해 이후 SPAC을 통한 우회 상장이 급증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면서 "지금 시장은 상장주, 특히 스팩 주식을 공매도 하기 좋은 기회를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터틀택티컬매니지먼트를 이끄는 매튜 터틀은 '사기 의혹'에 휩싸인 수소 트럭업체 니콜라 등을 대상으로 스팩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디스팩(de-SPAC) ETF 상장을 준비 중이다.

스팩은 뉴욕증시의 '공짜 점심' 으로 통하면서 지난 해 이후 투자 인기를 끌었다. 안정성 측면에선 스팩은 미리 투자 받은 자금 90% 정도를 증권당국에 예치해둬야 하기 때문에 기업 인수에 실패해도 투자자들로서는 원금 대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다. 스팩은 다른 기업 인수에 성공하면 인수·합병 거래 마무리 후 상장 폐지되고, 인수에 실패해도 증시 상장 후 2~3년 안에 소멸해 상장폐지된다. 상장폐지되면 투자자는 원금과 스팩 공모 가격(IPO 가격)을 기준으로 한 이자를 돌려 받을 수 있다. 스팩은 기업공모 당시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보통주에 더해 '워런트'(신주 인수권)를 발행해주는데 일정 기간 후 워런트를 행사하거나 그대로 두는 식으로 '인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워런트는 비상장 기업 인수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합병된 기업 주식을 살 수 있는 일종의 신주 인수권이다.

수익성 측면에선 스팩 투자 열기 덕에 '치고 빠지기'식 단기 매매에 따른 시세 차익도 높은 편이다. 다우존스마켓데이터를 보면 지난 해 4분기 39개 스팩이 기업 인수를 발표한 날 당일 주가는 평균 5.4%올랐고 한 달 후 기준으로 보면 16% 올랐다.

다만 '남들 따라하기' 식 단기 매수에 나서는 경우 기업 합병 전에도 손실 우려가 있고, 합병된 업체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경우 니콜라 사례처럼 폭락 사태를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달 10일 성명을 내고 "유명 인사들이 스팩에 투자한다고 해서 그것이 개인 등 모두에게 적절한 투자임을 보증하지 않는다"면서 "유명한 사람들도 손실을 볼 수 있으므로 유튜브나 사회연결명(SNS) 외에도 온라인 광고나 투자 동아리 커뮤니티, 온라인 채팅방을 보고 투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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