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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카드사, 뜻밖의 호실적…대출 못 받은 고신용자 카드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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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카드사 대손충당금 전입액, 전년 대비 7% 감소

아이뉴스24

[그래픽=아이뉴스24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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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카드업계의 순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밀은 대손충당금에 있다. 카드사의 건전성 관리에 더해 금융당국의 은행권 규제로 고신용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넘어온 게 충당금 전입액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실적을 발표한 신한카드·KB국민카드·삼성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의 2020년 당기순이익은 1조6천4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9.7% 상승한 수치다.

◆ 은행권 규제에 고신용자 카드론 몰려…리스크 줄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카드업계의 신용카드 이용액은 전년 보다 늘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KB국민카드·신한카드·삼성카드·현대카드·롯데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의 지난 해 3분기 누적 신용카드 이용실적(일시불+할부)은 439조2천83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2.3% 늘어난 규모다. 정부의 재난지원금과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인하된 가맹점 수수료율과 재난지원금 신청 등을 위한 서버 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실제 수익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흑자의 비밀은 대손충당금에 있다. 5개 카드사의 실적 자료에 따르면 이들 회사의 지난 해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1조8천6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1천373억원 줄어든 규모다.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감소할수록 당기순이익은 늘어난다.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카드사는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무' 등으로 자산을 분류하고 그에 맞게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리스크를 잘 관리할수록 충당금을 덜 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작년 말 기준 5개 카드사의 연체율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17~44bp(1bp=0.01%p) 하락했다.

업계는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 외에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지난 해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등의 영향으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크게 늘자 금융당국은 고신용자를 타깃으로 한 '핀셋 규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은행들도 고신용자 대출 한도 제한 등 자율 규제에 나섰는데, 이 영향으로 고신용자들이 카드론에 몰리면서 건전성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비씨카드를 제외한 국내 7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해 말 기준 표준등급 1~2등급 대상 평균 운영가격은 9,91%로 그 해 8월 말 대비 1.32%포인트(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도가 우량한 고신용자들이 카드론으로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순익이 늘어난 데엔 대손충당금 영향이 가장 컸다"라며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보수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했지만, 은행권 규제 영향으로 고신용자들이 다수 유입되면서 충당금 전입액 규모가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가 코로나19 상황에서 고신용자 위주의 영업을 강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저신용자 비중이 높아지면 그만큼 카드사의 부실 우려도 커지는 만큼, 안 좋게만 볼 일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적 개선의 또 다른 요인으로는 '마케팅 비용'이 꼽힌다. 지난 해 카드사들은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계절마다 진행했던 테마파크, 스키장 관련 마케팅을 대폭 줄였다. 해외 여행 등 고비용이 수반되는 여행·숙박 관련 이벤트도 거의 못했다

◆ 금융지원 조치로 리스크 제대로 반영 못해…실제 연체율은 더 높다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줄었다고, 리스크가 완전히 줄어들었다고 보긴 어렵다.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로 인해 현재의 연체율에 리스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포함 전 금융권은 지난 해 4월부터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원금 만기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취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달 말에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확산세가 잡히지 않자, 금융위원회는 해당 조치를 오는 9월말까지 연장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월 31일 기준 제2금융권의 만기연장 규모는 6천559억원, 원금상환 유예는 5천281억원, 이자 상환유예는 544억원으로 집계됐다. 만기연장 규모만 81조원에 달하는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규모이긴 하나, 은행 대출과 카드론을 동시에 이용하는 차주가 다수라는 점에서 시중은행의 리스크가 카드업계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 노력 등으로 리스크가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 금융지원 조치가 끝나지 않은 만큼 내재된 위험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라며 "은행과 카드사를 동시에 이용하는 차주의 경우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하면 카드사 대출도 못 갚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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