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가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직원들과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의 토지 거래를 일주일간 스스로 조사했지만 단 한 명의 의심사례도 없었다고 11일 밝혔다.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는 사안을 검찰수사에 넘기지 않고 끝내 '셀프조사'를 고집한 결과가 '0건'으로 나오자 '공직자 땅 투기' 의혹 여론이 진정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날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심사례가 7건이 추가로 적발됐다고 밝혔다. 당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제기한 투기 의심 직원 13명에 7명이 추가로 적발돼 총 20명의 의심 사례가 확인된 것이다.
이 의심사례 20건 중 11건은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 시 발생한 것으로 변 장관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이날 청와대는 현직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 직원과 배우자 및 직계가족 등 총 368명에 대한 조사 결과 신도시 지역 부동산 투기 거래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가족에 대한 조사도 포함됐다. 신도시 인접 지역 주택 거래 2건이 있었지만 실제 거주하는 등 정상 거래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이날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국민들은 애초부터 부실한 조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정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확인된 투기 의심사례는 주로 광명시흥지구에 집중됐고, 다른 3기 신도시 지구에서도 발견됐다. 정 총리는 "모두를 특별수사본부에 이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국토부와 LH 임직원에 대한 조사에 이어 경기, 인천의 기초 지방자치단체, 지방공기업 임직원의 토지 거래를 조사할 예정이다. 국토부와 LH 임직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에 대해선 특별수사본부가 수사하도록 했다. 정 총리는 또 "변 장관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들의 걱정과 분노를 잘 알고 있으며 어떤 조치가 필요할지에 대해 심사숙고하겠다"고 말했다.
[한예경 기자 / 임성현 기자]
"누가 본인 이름으로 투기하나"…LH 가족 명의 조사 안했다
1만4천명 조사해 7명 추가 의심…불신만 키운 정부 조사
丁 "해체수준 혁신" 밝히면서
구체적 LH 개혁안 제시 안해
뜬끔없이 '투기와 전쟁' 선포
"비리는 공직자가 저질렀는데
피해는 서민들이 뒤집어써"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 발표에 앞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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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4000여 명을 조사했는데 추가로 밝혀진 투기 의심자가 고작 7명이라고요? 이런 조사 결과를 누가 믿나요."
정부합동조사단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관련 1차 조사 결과 발표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뿌리 뽑겠다' '이 잡듯 뒤지겠다'는 정부와 여당 고위층의 그간 발언과 달리 실제 조사 과정은 허술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토교통부와 LH 직원 1만4000여 명이 보유한 토지 등을 조사한 결과 투기 의심 사례 20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3명은 지난 2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의 폭로 직후 LH가 자체 조사를 통해 밝혀낸 인원이다. 4일 총리실을 중심으로 국토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등이 모여 출범한 조사단이 일주일간 적발한 인원은 7명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특히 국토부와 LH 직원 가족들에 대한 조사를 생략했다는 점이 비난을 받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배우자는 물론 직계존비속까지 철저히 조사해 한 점 의혹도 없도록 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 총리는 "가족들로부터 개인정보이용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마찰이 생길 수 있어 이 부분은 경찰이 주도하는 합동수사본부에 넘기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토부와 LH 직원들은 "이미 가족들 동의서를 모두 작성해 넘겼는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LH 직원은 "어머니부터 자녀 동의서까지 전부 받아 제출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사단이 활용하겠다고 한 부동산거래정보시스템을 운용하는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도 "동의서만 있으면 관계자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 간단하게 부동산 보유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며 "조사 대상이 수만 명이라고 해도 이틀이면 결과를 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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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서를 받기가 껄끄러워 합동수사본부에 넘겼다는 정 총리의 말에 수사기관도 황당해하고 있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수사기관이라고 해도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가족들을 대상으로 재산 내역을 강제로 조사할 방법은 없다"며 "수사기관더러 일일이 동의서까지 받으러 다니란 뜻이냐"고 되물었다.
구체적인 LH 개혁 방안을 밝히지 않은 이유도 의문이다. 정 총리는 "LH가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기존의 병폐를 도려내고 환골탈태하는 혁신 방안을 마련토록 하겠다"면서도 "구체적 혁신 방안은 추후 각계의 의견을 들어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LH가 주도하는 신도시 개발 계획은 물론 2·4 공급 대책의 핵심인 공공주도 개발이 국민의 큰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적어도 조직 분리 등 혁신의 큰 방향은 나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말잔치로 끝나고 말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뜬금없다는 평이 많았다. 부동산 개발업에 종사하는 남 모씨(65)는 "국민이 분노한 이유는 공직자들이 직무상 얻은 정보를 개인 재산 증식에 이용했다는 점"이라며 "정부가 기획부동산 등을 언급하면서 이번 사태를 시장 탓으로 돌리려는 것 같아 찜찜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이번에 적발된 20명은 모두 LH 직원이었고 이 중 1명은 LH의 자진신고센터에 직접 신고했다. 이들이 보유한 토지는 광명시흥 지구가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양창릉 2명, 남양주왕숙, 과천, 하남교산도 1명씩 있었다.
직급별로는 부장급인 2급이 3명, 차장인 3급은 9명, 4급 6명, 그 이하 직급 2명으로 분류됐다. 과천과천 지구에서는 한 농지(1122㎡)를 LH 직원이 2017년 5월 형제로 보이는 이들과 함께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서 8개, 7개의 신도시 예정지 필지를 쇼핑하듯 매집한 LH 직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의혹이 촉발된 광명시흥에서는 다양한 투기적 토지 거래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흥시 과림동의 경우 1개 필지에 LH 직원 4명이 포함된 22명이 공동 매입한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
[김동은 기자 / 연규욱 기자 /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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