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실명으로 땅 투기 하나"
정부 조사, 직원 개인 실명 중심 한계
"법인 통한 차명거래가 더 많을 것" 지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광명ㆍ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의 한 토지에 10일 용버들 등 묘목이 심어져 있다./시흥=김현민 기자 kimhyun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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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신도시 지정 전에 개인은 물론 법인 명의의 토지 거래 역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지역에 투기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명의는 물론 법인 명의를 이용한 차명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특히 이같은 법인 명의 토지 매입은 개인정보를 이용한 정부의 조사에서는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투기 의혹을 밝혀내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1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11월 인천 계양구의 순수토지(건축물 제외) 법인 거래량은 218필지로, 전달 9필지에 비해 24배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곳의 법인 토지거래량은 8월 10필지, 9월 14필지 그치는 등 두 자릿수에 머물렀으나 12월 신도시 지정 발표를 앞두고 대폭 증가했다.
같은 시기 신도시로 지정된 남양주왕숙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포착됐다. 8월 132필지, 9월 146필지, 10월 96필지였던 법인 토지거래량은 11월 263필지로 급증했다.
정부가 지난해 5월 2차로 발표한 3기 신도시 고양창릉·부천대장도 마찬가지다. 고양창릉이 있는 고양시 덕양구의 법인 거래는 지난해 2월 25필지, 3월 11필지, 4월 21필지였다가 그해 5월에는 70필지로 급격히 늘었다. 부천의 법인 순수토지 거래량도 지난해 2월 1필지, 3월 18필지, 4월 29필지 등 신도시 발표를 앞두고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정부는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을 조사하는 정부 합동조사단을 출범시키고 최대 10만명에 달하는 인원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공직자 개인 명의에 대한 1차적 조사가 중심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법인을 통한 차명거래를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인을 통해 토지를 거래하면 거래기록에서 직원 개인의 실명을 손쉽게 감출 수 있다. 이번 사태에서 LH 직원들은 실명으로 토지를 구매하며 감시망에 걸렸지만, 대부분의 ‘전문 투기꾼’들은 법인 명의를 통한 차명거래를 한다는 것이다. 광명시흥신도시 일대에서는 LH 퇴직자와 현직원들이 손잡고 법인을 세워 땅을 사들였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광명시흥 투기사태에서 LH 직원들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토지를 사들였는데 이는 ‘하수’에 속하는 방법"이라며 "법인이나 혈연관계가 없는 지인 등을 통한 차명거래가 압도적으로 더 많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이 문제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민주당 조오섭 의원은 "사실 누가 실명으로 (땅 투기를) 하겠느냐"고 했고, 장경태 의원도 "본인 명의 (투기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지인이나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 이름으로 땅을 사기에, 지금 정부가 하는 합동 조사로는 진상에 접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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