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정인사 외교장관 호칭·회담 초대…반발에 "군정 인정은 아냐" 한발 빼
운나 마웅 르윈을 미얀마 외교장관으로 표기한 공문에 네티즌이 X표를 한 모습 |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일본과 스리랑카가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군부의 폭력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미얀마 국민의 반발을 샀다.
불법적인 군사 정권이 임명한 인사를 외교장관으로 인정한 듯한 태도 때문이다.
11일 일본 교도 통신에 따르면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은 전날 미얀마 군정이 외교수장으로 임명한 운나 마웅 르윈을 일본 정부가 외교장관으로 호칭한 데 대해 논란이 일자 "그가 합법적으로 임명됐는지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또 "우리는 군부가 정권을 잡은 이후 미얀마에서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군정의 정통성도 인정하지 않았다.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미얀마 군부와 대화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운나 마웅 르윈을 외교장관으로 언급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것이 군부에 의한 쿠데타나 시위대에 대한 폭력을 일본이 인정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8일 밤 주미얀마 일본 대사관은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마루야마 이치로 대사가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만남에서 쿠데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운나 마웅 르윈 외교장관에게' 전달했다"고 적었다.
또 다음날 모테기 외무상이 해당 만남을 언급하면서 운나 마웅 르윈을 역시 '외교장관'이라고 언급했다
이러자 대사관 페이스북에는 "운나 마웅 르윈은 우리의 외교장관이 아니다", "아무도 그를 (외교장관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등과 같은 비판 댓글 8천 건 가량이 달렸다고 통신은 전했다.
스리랑카도 비슷한 비판에 직면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리랑카 정부는 이달 말 열리는 벵골만기술경제협력체(BIMSTEC) 회의에 운나 마웅 르윈을 초청했다.
1997년 설립된 BIMSTEC는 인도, 태국, 방글라데시, 미얀마, 스리랑카, 네팔, 부탄 등 벵골만에 인접한 나라가 회원이다
관련 문건 유출로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쿠데타에 항의하는 미얀마 시위대 사이에 '스리랑카에 항의하라'는 해시태그(#)가 확산했다.
스리랑카 외교부 관계자는 통신에 "미얀마가 BIMSTEC 회원국이고 그 자격이 박탈되거나 중지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현재 재임 중인 외교장관이 초대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이것이 우리가 미얀마 군사정권을 인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한 발을 뺐다.
문민정부 인사들이 구성한 CRPH 지지 플래카드를 든 미얀마 시위대 |
미얀마 시위대는 전 세계를 상대로 미얀마 군정을 인정하지 말라면서, 수치 문민정부를 이끌었던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의원들이 구성한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와 논의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CRPH는 외교장관 등 9개 부처 장관도 독자적으로 임명한 상태다.
미얀마 시민운동가인 띤자 슌레이는 통신에 "전세계 모든 국가는 미얀마의 쿠데타가 미수에 그친 상태라는 점을 명백히 알아야 한다"며 "스리랑카 내 활동가들이 정부를 압박해 군정 인사를 초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는데도 수치의 문민정부가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달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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