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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韓경제 좌우할 핵심 변수 `국제유가`..연내 배럴당 80달러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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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성장률·물가 전망시 유가 56달러로 봤는데..

공급측면으로 유가 오른다면 성장률에도 마이너스 요인

"경기 예상보다 나쁜 상황에서 물가 2% 상승하면..경기 회복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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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3.0% 경제성장률, 1.3% 물가상승률. 올해 한국은행이 전망한 경제의 모습이다. 작년 코로나19라는 유례 없는 전염병의 역습에 따른 기저효과까지 겹쳐 성장률이 4년 만에 3%를 넘고, 물가는 0%대에서 1%대로 완만하게 상승한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연내 배럴당 80달러까지 찍을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유가가 중동 분쟁 등 공급 측면의 원유 생산 감소로 인해 오를 경우 물가상승률은 높이고 성장률은 낮춰 물가 상승이 성장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외국인 자본 유출에 안전판 역할을 해주는 640억달러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도 축소될 수 있다. 국제유가가 한국 경제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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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해외선 국제유가 70~80도 전망

한은이 지난 달 성장률 3.0%, 물가상승률 1.3%를 전망하면서 예상한 원유도입단가(해외에서 국내로 원유를 들여올 때 지불하는 평균 가격)는 배럴당 56달러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가 예상과 달리 70달러, 80달러까지 오른다면 성장률, 물가 전망치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실제로 최근 추세를 보면 유가는 한은 전망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8일(현지시간)뉴욕상품거래소(NYMEX)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5.05달러로 올라 연초 이후 무려 34.1% 가량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장중 71달러 돌파하는 등 빠른 속도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WTI와 브렌트유는 올 들어 이달 8일까지 일 평균(종가 기준) 각각 56.6달러, 59.6달러를 기록했고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역시 58.6달러 수준을 보였다. 한은이 전제했던 원유도입단가보다 소폭 높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유가가 8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풍부한 자금 유동성과 경기 회복 기대감이 유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 분쟁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시설이 예멘 반군 후티의 공격을 받았다. 드론 폭격을 막아내면서 원유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았으나 중동 분쟁 과열에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가 올랐다.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가 2분기 75달러, 3분기 8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봤고 UBS 역시 75달러로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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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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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류 물가상승률, 전월비 석달째 올라


유가가 상승하면 물가는 오르고 경상수지 흑자폭을 줄어든다.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으로 급등하면 성장률도 하향 조정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유가 상승이 물가에 서서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2월 석유류 물가상승률은 1년전보다 여전히 마이너스(-6.2%)이지만 전월보다 1.9% 올라 석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보다 1.1% 올라 작년 2월(1.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가 더 오르면 물가상승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환율과 유가 상승에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수입물가는 1월 전월보다 2.8% 석 달째 올랐다. 생산자물가도 1월 전년동월보다 0.8% 상승, 두 달 연속 올랐고 전월비로도 0.9% 상승, 석 달간 오름세를 보였다. 향후 물가 전망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월 2.0%로 2019년 8월(2.0%) 이후 가장 높았다. 농산물 가격 폭등 뿐 아니라 유가, 대두, 알루미늄 등 각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다.

유가가 오를 경우 경상수지 흑자폭은 축소될 전망이다. 한은은 유가 상승을 고려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올해 640억달러로 작년(753억달러)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으나 이는 원유도입단가 56달러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수출이 잘 되더라도 수입하는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교역을 통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금액이 줄어든다.

올 1월 경상수지는 70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는데 아직까지 유가 상승에 따른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작년 1월 원유 도입단가는 68.8달러이고 올 1월은 51.2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작년 유가 고점이 1월에 있었던 영향인데 코로나19로 그 뒤로 계속해서 하락한 만큼 올해 상반기 유가는 전년동월비 기준으로 50%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경상수지 흑자폭을 줄일 수 있다.

유가가 전 세계 경기회복으로 오를 경우엔 국내 수출 주력품목이 호조를 보이며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으나 공급 영향으로 상승할 경우 성장률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가 어떤 이유로 오르냐에 따라 성장률에 좋을 수도, 안 좋을 수도 있다”며 “공급 측면으로 유가가 오를 경우 제품 수요가 그대로인 상황이라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2월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 중 원자재구입가격 지수는 131을 기록, 석 달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수치로만 따지면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섰던 2011년 5월(133) 이후 최고치다. 현재 유가는 스위트 스팟(Sweet spot·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하는 가격) 수준이지만 워낙 가격이 바닥에서 올라온 만큼 기업들이 체감하는 원자재 구입 비용은 높아졌단 분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다수 (전망기관들이) 유가가 60~70달러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서비스업이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는데 코로나19에 서비스업이 안 좋을 경우 경기 상황은 예상보다 나빠지는 반면 물가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2%까지 오른다면 물가 상승이 경기 회복에 부담을 주는 수준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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