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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한 가족이 계좌 11개"…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 청약 첫날 14조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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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 청약이 시작된 9일. NH투자증권 반포지점은 '대목' 분위기였다. 공모주 청약을 하려는 이들로 온종일 객장이 붐볐다. 평소 30~40번대에서 끝나던 대기표도 이날은 130번대까지 이어졌다. 주명진 반포WM센터장은 "공모 청약을 위해 휴면 상태로 있던 계좌를 살리는 고객이 많았고, 전화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도 많았다"고 말했다.

# 대기업 부장 이모(43)씨는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에 7000만원가량을 넣었다. 은행 예금과 주식 계좌에 있던 자금을 빼서 본인과 아내, 자녀 등 3명 명의의 11개 계좌로 분산해 청약했다. 이를 위해 그는 최근 본인 명의 계좌만 5개를 개설했다. 이씨는 "총알(자금)이 부족해 계좌 수로 승부할 생각"이라며 "주식으로 본 손실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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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 첫날인 9일 NH투자증권 명동WM센터가 청약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NH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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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률은 76대 1 기록



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청약 첫날인 이날 하루에만 14조원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다웠다. 통합 경쟁률은 75.9대 1이었다. 일반투자자에게 배정된 573만7500주(공모 주식의 25%) 가운데 4억3530만3340주의 청약 신청이 들어왔다.

증거금은 14조1474억원에 이른다. 첫날 기준으로 SK바이오팜(5조9412억원)과 빅히트(8조6242억원)의 증거금을 넘어섰지만, 카카오게임즈(16조4000억원)에는 못 미치는 수치다. '공모주=대박'이란 '학습 효과'와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 증시 조정, 공모주 청약 제도 개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증권사 CMA 잔고는 63조원이 넘는다. 투자자 예탁금은 68조원에 가깝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장 후 '따상'(시초가의 두 배로 오른 뒤 상한가)에 대한 기대감, 균등 배분 도입 등으로 청약자가 늘어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균등 배분제로 가족 계좌 총동원



올해 도입된 균등 배분 제도는 개인 투자자 몫으로 떼어둔 물량의 절반 이상을 최소 기준의 증거금을 맡긴 청약자들이 똑같이 나눠 갖는 방식이다. 나머지는 종전처럼 증거금에 비례해 배정된다. 지난해까진 증거금이 많을수록 더 많은 주식을 받는 구조였지만, 올해부턴 소액으로도 공모주를 받을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최소 청약 수량은 10주, 증거금은 32만5000원이다. 즉 32만5000원만 넣어도 1주를 받을 가능성이 있단 뜻이다. 중복 청약도 가능하다. 한 계좌에 돈을 많이 넣기보단 여러 증권사 계좌에 넣는 게 유리한 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은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SK증권,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6곳에서 받는다.

계좌 수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보니 청약을 앞두고 계좌를 트는 투자자가 속출했다.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에서만 지난 1월부터 지난 8일까지 82만 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됐다. 지난해 전체(161만 개)의 절반이 넘는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8일 하루에만 평소의 20배인 8만 개가 개설됐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본인 명의로 5~6개씩 계좌를 여는 것은 물론 배우자와 자녀, 친척 명의로 계좌를 만드는 고객도 꽤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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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 개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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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겜 증거금 기록 깰까



이제 투자자의 관심은 몇 주를 받느냐로 향한다. 균등 배분제로 받을 수 있는 주식 수가 예상보다 줄 가능성도 있다. 변수는 청약 계좌 수다. 균등 배정 물량보다 더 많은 계좌가 몰리면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예컨대 균등 배정 물량이 14만여 주인 삼성증권의 경우 이미 22만여 계좌가 몰리며 추첨제로 배분하게 된다. 이땐 최소 청약 수량인 10주를 신청하더라도 추첨에서 떨어지면 주식을 못 받을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해 9월 카카오게임즈가 세운 증거금 기록(58조5542억원)을 깰지도 관전 포인트다. 통상 공모주 청약은 첫날 '눈치작전'을 펼치다 마지막 날 마감 시간을 앞두고 몰린다. 황선구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부장은 "청약 첫날이라 소액 투자자가 많이 들어온 것 같고, 큰손은 둘째 날 경쟁률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청약은 10일 오후 4시까지 진행된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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