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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프랑스 ‘교사 참수’ 비극, 13세 소녀 거짓말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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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비방죄 기소… '교사 비난' 아버지 크니나 살인 공모 혐의

세계일보

지난 2020년 10월 18일(현지시간) 프랑스 릴의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프랑스 역사 교사 사뮤엘 파티를 기리는 집회가 열려 "나는 교사"라는 손팻말을 든 한 여성이 고인의 임시 빈소에 꽃을 놓고 있다. 릴=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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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 만평을 활용해 ‘표현의 자유’를 가르쳤던 교사에 대한 참수 살해→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강경 대처→프랑스·터키 정상 간 설전→이슬람권의 프랑스 비난과 불매 운동→니스 흉기 테러 등으로 이어지며 ‘문명 충돌’ 양상까지 빚었던 ‘비극의 소용돌이’의 출발점에 13세 학생의 거짓말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Z’로만 알려진 13세 여학생은 지난해 10월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살해된 역사 교사 사뮈엘 파티에 대해 거짓말을 했으며, 실은 파티가 무함마드 만평을 보여준 수업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당국 조사에서 실토했다. Z가 이같이 진술했다는 소식은 전날 르파리지앵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당초 Z는 파티가 만평을 보여주기 직전 무슬림 학생들에게 교실에서 나가라고 했으며, 이에 항의했다가 이틀 동안 수업에서 제외됐다고 주장했다. 딸한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모로코 출신 아버지 브라힘 크니나(48)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파티의 이름, 학교 주소 등을 공개하며 맹비난했고, 이는 파티를 비난하는 온라인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이슬람 극단주의에 관심을 보여온 체첸 출신 압둘라 안조로프(18)는 이 글을 본 뒤 범행을 계획, 학교 인근 길거리에서 파티를 끔찍하게 살해했다. 안조로프는 범행 후 도주 중 경찰에 저항하다 사살됐다. 사건 직후 프랑스 검찰은 파티에 대한 온라인 선동과 그의 피살 사이에는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사실 Z는 잦은 결석으로 정학 조치를 받았기 때문에 문제의 ‘표현의 자유’ 수업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업에서 배제된 진짜 이유를 숨기려고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설명이다.

파티가 수업에서 무슬림 학생을 배제했다는 주장 역시 “만평에 충격을 받을 수 있으니 무슬림 학생들은 눈을 감거나 복도에 나가 있어도 된다”는 수업 하루 전 파티의 언급이 왜곡된 것으로 나타났다.

Z는 그동안 입을 열지 않다가 다른 학생들이 밝힌 사건 전모가 크니나의 처음 주장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자 이런 사실을 털어놨다.

현재 Z는 비방죄로 기소됐고, 아버지 크니나는 살인 공모 혐의를 받고 있다.

Z의 변호사는 이번 비극에 대한 책임을 13살 소녀에게 지워서는 안 된다면서 “교사 비난 영상을 올린 아버지의 과잉 행동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크니나는 “테러리스트가 내 메시지를 볼 줄은 몰랐다”면서 자신이 바보 같았다고 당국에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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