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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28층이라 하나도 안 들려 개꿀" 시민들 항의 시위 조롱한 LH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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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대화 내용 공개돼

일부 직원들, LH 투기 의혹 두둔 발언 논란 빚기도

"잘려도 땅 수익이 평생 월급보다 훨씬 많다"

"심각성 몰라", "정신 차리게 해야" 시민들 공분

아시아경제

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LH 직원들로 추정되는 이들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 사진=블라인드 캡처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경남 진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직원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항의 시위를 위해 모인 시민들을 조롱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들은 진주 본사 앞 건물에 모인 시민들 사진을 두고 "고층이라 하나도 안 들려", "개꿀" 등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LH 일부 직원들이 신도시 예정지를 사전 매입했다는 투기 의혹이 제기돼 시민들의 분노가 커진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파문이 예상된다.


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나눈 카카오톡 메신저 창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해당 대화를 보면, 한 직원이 LH 진주 본사 홍보관·토지주택박물관 앞에 모인 시민들 사진을 게재하자 또 다른 직원이 "저희 본부에 동자동 재개발 반대 시위함. 근데 28층이라 하나도 안 들림. 개꿀"이라고 말한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공분을 터뜨렸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인해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을 조롱하는 듯한 언급을 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누리꾼은 '블라인드'에 쓴 글에서 "이게 LH 직원들 반응"이라며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나 같으면 이런 글 안 올리고 그냥 조용히 있을 것"이라며 "이런 행동은 공기업 직원들이 납세자들을 어떤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LH 사태에서 불법 투기한 직원들을 발본색원해서 제대로 정신 차리게 해야 한다"라고 정부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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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LH 직원은 지난 4일 '블라인드'에 게재한 글에서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인지 모르지 않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사진=블라인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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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부 LH 직원들은 자사 투기 의혹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앞서 지난 4일 한 LH 직원은 블라인드에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말란 법 있느냐"며"내부 정보를 활용해서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부동산 투자한 것인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은 "요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자금 마련)하면서 부동산에 몰리는 판국에 LH 1만명이 넘는 직원 중 광명에 땅 사둔 사람들이 얻어걸렸을 수 있지 않나"라며 "내부정보 악용한 것처럼 시끌시끌하네"라고 하기도 했다.


사내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법 투기를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8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LH에 입사한 한 직원은 사내 메신저에 다른 사람 명의로 LH 토지를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전하면서 "(불법 투기로) 잘리게 돼도 어차피 회사에서 평생 벌 돈보다 (투기한) 땅 수익이 훨씬 많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 직원은 JTBC에 "농담으로 한 말이며 토지를 매매한 적 없다"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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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소속 농민들이 8일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정문 앞에서 '농지투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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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LH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일부 농민·시민단체는 8일 LH 본사에 모여 사옥·구조물 등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특히 농민단체인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3기 신도시에 LH 직원들이 투기한 땅 중 98.6%가 농지"라며 "가장 만만한 투기대상 중 하나가 농지라는 점에 망연자실할 뿐이다"라고 울분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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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소속 농민들이 8일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정문에서 기자회견 중 LH 사옥에 계란을 던졌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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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부는 LH 직원들의 신도시 토지 사전투기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총사 국무총리 집무실에 남구준 경찰청 초대 국가수사본부장을 불러 '부동산 투기 특별수사단 운영방안'을 보고받은 뒤 "총리실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통보받으면 지체 없이 한 줌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LH 임직원 등 공직자의 신도시 투기 의혹은 기관 설립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며 "LH 직원 공직자 투기는 국민 배신 행위이고, 사생결단의 각오로 파헤쳐 비리행위자는 패가망신 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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