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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김학의'도 국수본 맡기나…"그러면 이성윤이 본인 영장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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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세균 국무총리(왼쪽)가 8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초대 국수본부장으로 임명된 남구준 본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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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본부장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이첩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 출신인 남 본부장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물론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청와대 민정라인의 연루 의혹이 있는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처장은 국수본 이첩 가능성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김 처장은 지난 4일 출근길에도 "국수본으로 이첩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건에 대한 공수처의 처리 방향을 두고 직접 처리, 검찰 재이첩 등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가능한 처리 방안 중 하나로 '국수본 이첩'을 거론한 것이다. 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외압을 가해 안양지청의 불법출금 의혹 수사를 무마시켰다는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불법 출금 당사자인 이규원 검사 관련 건을 검찰로부터 이첩받은 지 하루 만에 나온 발언이었다.



남구준, 이광철과 청와대 함께 근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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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김조원 민정수석 대신 이광철 민정비서관(오른쪽)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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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사건 수사의 신속성과 공정성 모두 저해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우선 현 정부청와대 출신인 남 본부장에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연루 의혹이 있는 사건을 맡긴다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남 본부장은 2018년 8월부터 1년간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에서 파견돼 당시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던 이광철 비서관과 함께 근무했다. 현 정권 실세로 분류되는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고교(마산 중앙고) 후배이기도 하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공수처는 수사 대상과 친분과 교류가 있는 남 본부장에 사건을 맡겨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학의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의혹 사건을 두 기관이 분리해서 수사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불법 출금 의혹을 처음 제기한 공익신고인은 이성윤 지검장이 안양지청의 불법 출금 수사를 무마한 이유 중의 하나가 김 전 차관을 출금한 전날과 당일 2019년 3월 22~23일 한찬식 서울동부지검장에 출금을 추인해달라고 본인이 요청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지검장이 수사 외압 뿐만 아니라 불법 출금 자체에도 연루된 의혹이 있는 만큼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 불법 출금에 연루된 의혹이 있는 피의자들을 수사하고 있는 수원지검 수사팀이 한꺼번에 수사해야 신속한 수사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남구준 수사'→이성윤이 본인 영장·기소 여부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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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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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본 이첩으로 이성윤 지검장이 본인에 대한 구속영장이나 체포영장 청구 여부를 직접 지휘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수원지검의 세 차례 소환 통보에 이 지검장이 불응했기 때문이다. 국수본이 이 지검장에 대한 영장 신청을 결정할 경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피의자인 이성윤 지검장이 수사기관장으로 자신의 영장 청구는 물론 최종 기소 여부까지 지휘권을 갖게 되는 셈이다.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 결과 공수처는 3급 이상, 검찰은 4급, 경찰은 5급 이하 공무원을 수사하게 됐다. 공수처가 직접 수사할 여건이 안된다고 해서 국수본에 재이첩한다면 애초의 합의가 어그러지게 되는 것이다. 공수처가 검찰에서 이첩받은 사건을 국수본으로 이첩하는 것은 "공수처가 재배당하는 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수원지검 수사팀 파견 통한 공수처 수사가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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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출근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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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처장은 국수본 이첩 외에 검찰 재이첩, 공수처 직접 수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공수처 직접 수사와 관련해서는 수사조직이 갖춰져 있지 않은 현실적 제약을 '검찰 파견'을 통해서 해결할 수도 있다. 공수처법 44조는 공수처 직무의 내용과 특성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다른 행정기관으로부터 공무원을 파견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정하고 있다. 공수처는 현재 처장과 차장, 그리고 인력선발절차를 도울 수사관 10여명만 있기 때문에 검사 선발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검사를 파견받아 수사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정섭 부장검사 등 수원지검 형사3부 수사 실무인력들을 공수처가 파견받아 김 처장 또는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 지휘하는 방식으로 수사팀을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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