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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 부동산 고객DB 수십만건 불법거래 포착, 대형업체 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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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부동산 매물DB 수십만건 관리·매매 정황
로데이터 가공해 게시, 만건당 1억원 언급도
대형업체 연루 가능성에 업계서도 논란 커


[파이낸셜뉴스] 부동산 업자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진 데이타베이스(DB)거래가 허위 매물의 주범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부동산 업자들이 고객 DB를 온라인 어플 등에 게시하는 과정에서 허위 매물이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허위 매물은 거래로 확보한 고객 DB를 활용해 실제 매물과 다른 시세, 사진 등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미끼용' 매물을 말한다. 최근 문제가 된 '아파트값 호가 띄우기용 허위 거래'와는 다르다.

한 업자는 다른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고객정보 DB 수십만건을 거래할 의사가 있는지 적극 타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업자는 유명 부동산 관련 업체에게 자신이 보유한 DB 중 17만 건을 공급하기로 하고 17억 원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보 주체 의사에 반해 이뤄지는 이 같은 거래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파이낸셜뉴스

부동산 중개업체 및 정보업체 관련자들 사이에서 부적절하게 보유한 DB를 공공연하게 거래하는 사례가 빈발해 주의가 요구된다. fnDB



■"DB 팔 생각 있나?", "17만개 17억원에 팔아"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한 결과 부동산 중개업자 간 대화 녹음에서 부적절한 DB거래 관련 양상이 확인됐다. 대화 참여자는 부동산 업계에서 인지도가 있는 이들로, 올해 이뤄진 대화다.

부동산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서울 강남 일대에서 유명 부동산 업체를 운영해온 B씨에게 연락해 “보유한 DB를 거래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었다. B씨가 구체적인 거래가격 등에 대해 묻자 A씨는 자신이 한 유명 업체와 거래한 사실을 언급하며 “(내가 가진 DB) 57만개 중에 (문제 업체가) 계속 사가고 있다”며 “57만개 중에 17만개 계약을 해서 17억”이라고 발언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해당 대화가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DB거래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한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거래를 하다보면 분명히 한 업체하고 거래했는데 다른 곳에서 집 내놓으셨냐고 연락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는 DB가 넘어간 건데 집주인은 별 거 아닌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자기도 모르는 새 매물이랑 개인정보가 다 넘어가는 불법행위”라고 설명했다. 이 공인중개사는 개인정보 거래가 업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진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부동산 업계에 만연한 개인정보 수집과 거래는 모두 불법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주체와 계약된 내용 이상의 정보를 수집하거나 활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처리목적이 달성된 경우에는 정보를 즉각 파기해야 한다.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정보를 다른 업자에 제공하는 것도 당연히 금지된다.

공인중개사법은 개업 공인중개사무소 간 정보유통을 투명하게 관리하고자 부동산거래정보망 관련 규정을 두고 있지만 현실에선 정보망 대신 사설업자를 통한 위법한 정보유통이 공공연하다는 평가다.

중개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유료 사설정보망 사업자들은 매물로 시장에 거래되는 부동산의 상세주소, 소유자 이름, 연락처, 거래금액 등을 수집하고 경우에 따라 개업 공인중개사무소를 대신해 매물의 내부 사진촬영을 진행한다”면서 “이렇게 수집한 정보의 묶음을 공인중개사에게 유료로 판매하며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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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플레이 스토어 부동산 앱 후기란에 남겨진 부정적 후기. 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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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DB거래, 허위매물 피해로 직결
거래된 부동산과 관련 사진, 가격, 소유주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DB로 묶어 관리하는 건 공인중개사에게 능력처럼 여겨지는 실정이다. 고객 요구에 응대하기 유용해질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DB를 활용해 허위로 매물을 올리는 등 불법 홍보를 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 소비자가 부동산정보 플랫폼을 통해 본 매물을 현장에서 찾으면 가격이나 위치가 조금씩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약간씩 정보를 수정해 실제보다 좋은 조건으로 허위매물을 올리면 부동산 소비자의 문의가 훨씬 늘어나기에 허위매물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장에선 수만건 씩 사온 DB 중 매물정보를 올리며 '이미 거래된 건 아닌지'도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광고를 보고 찾아온 소비자에게 "이미 계약이 체결됐다"며 본인이 관리하는 실제 매물을 권하는 식이다.

DB를 사온 공인중개사가 정보가 맞는지 재확인을 거치면 되지만, DB 시장가격을 고려할 때 확인에 드는 인건비가 더 들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이다. DB 불법유통이 허위매물로 직결되는 이유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에는 분기별 2만~3만건씩 허위 매물 신고가 이어지는 형편이다.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 운영하는 ‘부동산광고시장감시센터’에 지난해 10월부터 연말까지 신고·접수된 피해 사례만도 2257건에 달한다.

허위 매물 피해가 거듭되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부터 인터넷 포털과 플랫폼 업체 등에서 허위 매물을 모니터링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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