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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연합시론] 서울시장 보선 한달 앞…단일화 서둘러 불확실성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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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공석인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후임자를 뽑는 선거가 꼭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3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어서인지 양대 보궐선거의 본선 무대를 밟을 후보자 확정 절차는 더디게 진행되어 왔다. 여야 모두 일대일 건곤일척의 승부를 펼치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고 보고, 사표 방지를 위해 같은 진영의 후보를 단계적으로 흡수, 통합하는 과정을 거쳐서다. 서울시장 선거는 이런 지난한 과정의 압축판이다. 여야 모두 토너먼트 방식으로 최종 후보를 좁혀가는 형국이다. 나름대로 질서는 있어 보이지만, 후보 간 잦은 매치로 이를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피로감은 커지는 것 같다. TV토론의 시청률도 매우 낮아 '그들만의 리그'로 평가절하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민주당 박영선, 열린민주당 김진애 후보의 단일화 협상은 토론 횟수라는 돌부리에 걸려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사이에서도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그나마 민주당이 주말에 부산시장 후보로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선출, 국민의힘 박형준 동아대 교수와 맞붙는 구도를 만들어낸 것은 다행이다.

서울시장 후보단일화의 경우, 이틀간의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19일까지 지지고 볶는 상황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여권에서는 김진애 후보가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까지 친 마당이어서 선심 쓰듯 박영선 후보에게 단일화의 조건을 통 크게 양보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 상으로는 박 후보의 절대 우위가 점쳐지지만, '진짜 도시 전문가'를 자처하는 김진애 의원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정당명이 쌍생아 같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단일화 각축은 훨씬 선명하다. 명색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안철수 후보한테 단일후보 자리를 내주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치명상을 입는 게 가장 큰 걱정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력을 바탕으로 육탄저지라도 할 태세다. 안철수 후보는 이미 제삼지대에서 금태섭 전 의원을 꺾었다고는 하지만, 여론조사 지지율만 높은 군소정당의 후보라는 위상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밀리면 정치판에서 완전 '철수'해야 하는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어 언행이 전에 없이 세고 결연하다. 이렇다 보니 막바지까지 양 진영 모두에서 명쾌하고 빠른 후보단일화가 이뤄지길 기대하는 것은 난망이다.

우리 정치판의 공직선거 후보 선출 과정에선 항상 단일화라는 공식이 따라붙는다. 이번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승패 병가지상사'란 여유는 없고 지상목표인 승리를 위해 단일화에 한껏 정당성을 부여한다. 유권자의 눈높이가 아니라 정당의 관점에서 선거가 이기고 지는 게임으로만 인식되는 탓이 클 것이다. 유권자들의 삶의 질과 지역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정당간 공유된 비전과 가치는 '단일화=승리'라는 정치공학적 명분 아래 매몰되기에 십상이다. 이상적인 얘기지만, 각기 다른 정당의 이름을 단 후보들이 차별화된 공약을 내걸고 선거를 끝까지 완주해 승부를 가리는 정치문화가 정상적이다. 선거 때마다 단일후보를 낼 작정이라면 왜 각기 다른 정당을 두고 평소에는 으르렁대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해소할 길이 마땅치 않다. 그런데도 단일화가 우리의 현실 정치에서 꼭 필요한 선거공식이라면 그 성사만큼은 조속히 이뤄내야 마땅하다.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충분한 검증과 선택의 시간을 줘야 한다. 요즘은 본투표 못지않게 사전투표의 투표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서둘러 최종 후보를 선보이는 게 정당의 도리다. 19일에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사전투표(4월 2∼3일)를 하려는 유권자들한테는 불과 2주일밖에 선택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충분히 후보들의 정책을 따져볼 기회도 없이 인기투표식으로 참정권 행사가 이뤄질 개연성은 그만큼 더 커진다. 이는 유권자들이 뽑고 나서 후회하는 나쁜 경험으로 이어진다. 여야가 당장 오늘부터 밤샘해서라도 단일화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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