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법무부 장관님 살려주십시오" 평검사 상소문…검사들 "웃프다"

댓글 5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박노산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 내부망 글에 댓글 30개

박범계에 "원전수사 중단하면 용서하겠나" 풍자 비판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한 가운데 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주변에 윤 전 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세워져 있다. 2021.3.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한 후, 현직 검사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향해 "살려주십시오!"라며 검찰개혁, 정권과 관련한 수사무마 등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글을 올리자 검찰 내부에서도 "웃프다(웃기고 슬프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노산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37·연수원 42기)는 이날 오전 10시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법무부장관님 살려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같은 글이 올라오자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약 30개의 댓글이 달렸다. 상당수의 검사들은 "웃으면서, 눈물이 핑 도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살려주십시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라며 글에 동조하는 댓글을 남겼다.

A검사는 "앞으로 법무부 보고서는 이런 상소체로 쓸까 합니다. 그러면 소인의 말을 좀 더 들어주실라나요"라고 썼다. B검사도 "지금이 왕조시대인 것을 자꾸 잊어버린다. 무지와 착각을 반성한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C검사는 "국민을 보고 살려달라고 했는데, 가까운 곳에 구원자가 있었다"고 했다. D검사도 "높으신 분께서 그리 대놓고 알려주시는데 아직도 모르시다니오. 죄를 용서받기 힘들 듯하다"고 댓글을 달었다.

이날 오전 박 검사는 "소인이 제 행동을 고치고, 검찰 동료들에게 권선하려면 장관님께서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야 할진대, 소인은 여지껏 검찰개혁 말만 들었지 구체적으로 바람직한 검사가 마땅히 해야할 바가 무엇인지 장관님의 뜻을 들은 바가 없다"며 "장관의 세 가지 뜻이 맞는지 고개만 끄덕여 준다면, 검찰은 기필코 이를 지켜 결자해지할 것"이라고 적었다.

먼저 그는 "'검수완박' 입법안에 대해 겸임 국회의원으로서 지지를 표명한 바, 검찰의 수사권은 중대 범죄를 막론하고 완전히 박탈당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을 명쾌히 알려줬다"며 "월성원전 사건, 라임-옵티머스 사건, 김학의 출국금지 등 사건에 대해 수사를 전면 중단하고 재판중인 조 전 장관 등 사건에 대해서도 공소를 취소하면 검찰을 용서해주겠나"고 썼다.

이어 "당연히 앞으로도 어떤 중대범죄, 부패범죄가 눈 앞에 나타나도 조용히 묻어버리고, 수사를 금하겠다"며 "그러한 사실이 밖에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두 번째로 입법안을 보니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무소불위 권력으로 군림했다는 것은 큰 오해"라며 "이제 검찰은 감히 분수를 알고 일반 국민들에 대해서는 추상같이 수사하되, 아무리 의심이 들어도 청와대나 국회의사당, 그 밖의 고관대작님들 이름은 쳐다도 안보면 저희를 다시 풀어주겠나"고 물었다.

또 "이번에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군림하였다'는 지적을 받고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아하 설령 위정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검찰이 수사하면 그것도 주제넘은 '군림'이구나!'라는 깨달음에 무릎을 탁 쳤다"며 "앞으로 '범죄없는 깨끗한 권력'에 대한 허황된 꿈은 버리고 '유권무죄 무권유죄'를 저희 검찰의 표어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세번째로 그는 "장관님과 동지분들이 가르쳐준 내용 중에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장관님은 '검찰이 수사를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스스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했는데, 왜 저번에 만든 공수처는 수사를 하고 나서 왜 스스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면 판사가 재판 절차를 진행한 후 결과를 스스로 평가해 판결을 하는 것은 모순이고, 경찰도 수사를 진행하고 송치 또는 불기소 결정을 하는 것도 모순인 것인가"라며 "장관님께서 검찰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주시겠다고 먼저 길을 터주어 위와 같이 여쭙는다"고 글을 맺었다.
rnkim@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