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첫 사례…자국 접종 속도 내려는 드라기 총리 의중반영 관측
호주 "이미 30만 도스 확보…국내 생산 본격화 전까지 버틸 수 있어"
아스트라제네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
(로마·서울=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김유아 기자 = 이탈리아 정부가 다국적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AZ)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의 제3국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4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이탈리아 내 공장에서 최종 포장된 코로나19 백신 25만 도스(1도스 = 1회 접종분)를 호주로 수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현지 정부에 요청했으나 불허됐다.
이탈리아 당국은 지난달 26일 이러한 결정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알렸고, EU 집행위도 이를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출이 불허된 백신은 EU 역내에 재배분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코로나19 백신의 EU 역외 수출이 금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EU는 지난 1월 말 백신업체가 EU와 계약한 백신 공급량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역외 수출을 불허한다는 '백신 수출 통제 규정'을 도입한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생산 차질을 이유로 올 1∼2분기 EU 회원국들에 대한 백신 공급을 계약 물량 대비 50% 줄인다고 통보해 불만과 원성을 샀다.
이번 강경 조처에는 지지부진한 대국민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려는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드라기 총리는 최근 개최된 EU 회원국 정상들과의 화상 회의에서 역내 백신 접종을 가속하는 한편 공급 계약을 위반하는 백신 제조사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공평한 백신 공급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이번 조처가 지역 이기주의로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호주 사이먼 버밍엄 재무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전 세계가 미증유의 길을 가고 있다. 기존 규범을 깨트리는 일부 국가의 행위가 놀라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호주가 필사적인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방역 정책을) 얼마나 잘해나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그레그 헌트 호주 보건부 장관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0만 도스를 이미 확보했다면서 호주에서 백신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전까지 버틸 수 있는 분량이라고 말했다.
헌트 장관은 "이번 백신은 어느 한 국가에서 한 번에 들여온 것"이라면서 "앞으로 수 주 동안 이뤄질 백신 공급 계획에 포함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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