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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3기 신도시 전체로 퍼진 '땅투기 의혹' 조사…어디까지 밝혀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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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이 조사…공기관 직원 및 가족까지 조사 대상

신도시 정책 신뢰도 '흔들'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이 시흥 광명지구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되기 전 땅 투기에 나섰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무총리실이 직접 조사에 나서면서 비리를 어디까지 밝혀낼 지 주목된다.

조사 지역은 시흥 광명뿐만 아니라 3기 신도시 전체로 넓어졌고, 조사 대상도 LH뿐만 아니라 신도시 조성에 관여한 모든 공직자와 공기업 직원, 그리고 가족들로 확대됐다.

이미 곪은 환부가 드러난 마당에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야 신도시 정책 추진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조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에 방치된 작물
(시흥=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일부가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 전 해당 지역에서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업무에서 전격 배제됐다. 사진은 3일 오후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한 밭에 방치된 작물. 2021.3.3 xanadu@yna.co.kr (끝)



◇총리실이 칼 뺀다…국토부 직원 및 가족도 조사 대상

문재인 대통령은 3일 3기 신도시에 대한 공직자들의 땅 투기 의혹을 규명하도록 총리실에 지시했다.

시흥 광명뿐만 아니라 인천 계양, 남양주 왕숙, 부천 대장, 고양 창릉, 하남 교산 등 현 정부가 내놓은 6개 3기 신도시 전체가 조사 대상이다.

LH 임직원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 공무원과 경기주택도시공사 등 유관 기관 임직원까지 모두 조사를 받게 됐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도 신도시 후보지에 투자했는지 조사받게 된다.

지금까지 국토부가 LH를 통해 광명 시흥지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왔으나 총리실 공직윤리담당관실이 조사를 총괄하게 됨에 따라 국토부는 조사 공동 주체이면서 조사 대상도 되게 됐다.

조사는 신도시 조성에 관여한 공직자들이 신도시 공식 지정 전 해당 토지를 사들였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는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2018년 12월 19일 남양주 왕숙(1천134만㎡)과 하남 교산(649만㎡), 인천 계양(335만㎡) 등 3개 신도시 입지가 공개됐다.

이듬해인 2019년 5월 7일 고양 창릉(813만㎡), 부천 대장(343만㎡) 등 2개 지구가 발표됐고 올해 2월 24일 6번째인 광명 시흥(1천271만㎡)이 공식 지정됐다.

◇'내부정보 이용' 확인 안됐는데도 국민적 공분

정부의 3기 신도시 조성 방침이 알려진 이후 공식 발표 전부터 이들 지역이 유력 후보군으로 일찌감치 거론된 측면도 있다.

이 때문에 공직자 중 신도시 지정 전에 땅을 산 사실이 드러난다고 해도 과연 내부 정보를 입수해서 투자한 결과인지, 아니면 그와 관련 없는 투자의 '촉'으로 샀던 것인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신도시 조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업무를 했거나 그 업무를 수행한 기관에 있는 공직자나 공기업 임직원이 땅 투자에 나섰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적 공분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신도시 등 신규택지 조성업무는 기본적으로 강제력을 수반한다. 원주민에게 이주하도록 하고 그 땅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이 신도시 등 신규택지가 조성되면 원주민은 기존 삶터가 해체되고 새로운 환경으로 옮겨야 하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반발이 적지 않다.

정부가 신혼희망타운을 조성하기 위해 지정한 신규택지인 성남 서현지구의 경우 주민들이 지정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3기 신도시 예정지에선 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투기꾼을 막기 위해 철저한 보안을 지켜야 할 LH 등 관계기관 임직원이 오히려 거액의 대출까지 받아가며 땅 투자에 나섰다는 것은 보는 이에게 적잖은 박탈감을 준다.

신도시 개발을 이유로 원주민을 몰아내더니 오히려 자기네 잇속만 채운 셈이 됐기 때문이다.

◇'부동산정책 타격받기 전에'…정부 대책 마련 착수

정부가 신도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수도권 집값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것인데, 이와 같은 논란은 정부의 정책 신뢰도에 치명상을 주고 있다.

다른 신도시로 전수조사가 확대됨에 따라 다른 신도시 예정지에선 어느 정도의 땅 투기 연루자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택 업계 일각에선 퇴직을 앞둔 LH 등 관계기관 임직원들의 땅 투자 사례가 드물지 않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비단 광명 시흥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신도시 예정지에서도 관련 업무 종사자의 땅 투기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정부로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철저한 조사를 통해 환부를 도려내는 모습을 보여야 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추가 연루자가 나오는 부담을 감수하고 굳이 3기 신도시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에 들어간 이유다.

차제에 3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정부가 지정한 모든 신규택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3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경기도 성남과 과천, 용산 정비창 등 중소규모이지만 알짜 부지도 많이 지정됐는데 이들 지역에 대한 공직자 투기 조사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는 논란이 제기된 지 하루만에 부랴부랴 재발 방지대책부터 꺼내 들었다.

신도시 조성 업무와 관련한 업무를 수행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와 공기업 임직원에 대해선 토지 거래를 실사용 목적이 아니라면 불허하는 내용이 골자다.

증권 관련 업무를 보는 공공기관 등의 임직원의 주식 거래를 제한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3기 신도시 전수조사를 통해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수사의뢰 또는 고소·고발 등으로 엄정히 대응하고 이번과 같은 투기 의혹 등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방지대책도 조속히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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