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도 참여 행렬…2017년 '코인 광풍'과 달라
시티은행·골드만삭스 등 은행들도 관심
큰 변동성·제도권 규제 등 넘어야 할 산 남아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과거 2017년 펼쳐진 ‘코인광풍’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페이팔과 테슬라부터 골드만삭스 등 은행들까지 비트코인에 관심을 쏟고 있는 분위기다. 기관투자자의 참여로 단점이었던 극심한 변동성이 잦아든다면 투자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풍보다 더센 열기…2017년보다 2배 넘게 올라
국내 가상통화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2일 오후 2시5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5568만원을 기록했다. 오전 9시25분에는 5740만5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1일 장중 4976만원까지 내려갔지만 하루 새 다시 5500만원선을 회복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17년 11월 ‘코인 광풍’ 당시 한 달 만에 700만원대에서 300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했지만 이내 한 달 만에 60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이후 좀처럼 1500만원을 넘지 못하던 가격은 지난해 10월 재점화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간편결제서비스 업체 페이팔이 가상통화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1500만원 벽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는 테슬라가 랠리를 주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꾸준히 ‘가상통화 예찬론’을 펼쳐왔다. 머스크 CEO가 가상통화 관련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은 요동첬다. 지난 1월6일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4000만원을 넘어섰고, 한 달여 만인 지난달 11일에 5000만원을 돌파했다. 테슬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15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수한 사실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꾸준히 상승하며 지난달 20일 장중 사상 최고가인 6599만원을 기록했다. 과거 코인 광풍 당시 최고가인 2888만원(2018년1월6일)의 두 배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기업부터 은행까지…기관투자자 속속 진입
비트코인 상승에는 기관투자자의 진입이 가장 주효했다는 평가다. 가상통화 전문 외신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기관투자자 전용 가상자산 트레이딩 플랫폼 ‘크로스타워’는 비트코인 가격을 지탱하는 배경은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세라고 진단했다. 마틴 개스퍼 크로스타워 연구원은 "최근 몇주 간 비트코인 1000개 이상을 가진 ‘큰 손’들의 규모가 역대 최대로 늘어난 것도 기관투자자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간주하며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미 다양한 기관들이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하거나 투자 의사를 밝혔다. 테슬라와 페이팔 등 민간기업은 물론 제도권 금융기관에서도 속속 뛰어드는 모양새다. 지난달 11일 마스터카드는 금융 결제망에서 결제시스템에 가상자산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 최고(最古) 은행인 뉴욕멜론은행은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에 대해 보유 및 양도가 가능한 수탁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토론토증권거래소(TSX)는 지난달 18(현지시간) 비트코인 투자용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다. 북미 증권 시장에서 처음 비트코인 관련 ETF가 등장한 것이다.
시티은행도 1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이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만큼 언젠가는 국제무역에서 사용되는 통화가 될 수 있다"며 우호적인 입장을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가상통화 관련 상품 거래를 맡는 조직을 재출범 시켰다. 이를 통해 비트코인 선물, 역외선물환 상품 등이 판매될 예정이다. 2018년에도 같은 조직을 출범시켰지만 가상통화 시장이 침체되자 폐쇄시킨 바 있다.
극심한 변동성은 걸림돌…규제 불확실성도 넘어야
비트코인이 점차 제도권 투자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높다. JP모건에 따르면 기업들이 통상 활용하는 은행예금, 머니마켓펀드, 단기채권 등의 연평균 가격 변동폭은 1% 미만이다. 반면 비트코인은 하루에만 평균 5.2%가량 널뛰고 있다. 연평균 변동폭은 80%에 달한다. JP모건은 "기업들이 자산 1%를 비트코인으로 보유할 경우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이 8%로 급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도권의 반발도 장애물이다. 아직까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에 비트코인은 적절한 규제를 받지 않고 제도권 통화를 위협하는 ‘골칫덩이’일 뿐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18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매우 투기성이 높은 자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같은달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딜북 콘퍼런스에서도 "비트코인은 불법금융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비트코인 가격은 이틀 새 6500만원대에서 5000만원 초반대까지 급락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암호자산은 내재가치가 없으며 향후 가격 변동성이 극심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 같은 비판과 함께 제도권으로 수용하는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다. 당장 국내에서는 오는 25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을 기반으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자금세탁 관련’이라는 단서를 달아 가상통화 거래소를 직접 감독한다. 그간 은행을 통해 가상통화 거래의 이상 현상을 감시했으나 이제는 직접 가상자산사업자(가상통화거래소)로부터 보고를 받게 된다. 오는 25일부터 오는 9월25일까지 사업자 신고를 받은 뒤 관련 교육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감시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가상통화 업계 관계자는 "제도권으로부터 각종 비판을 받고 있긴 하지만 향후 흐름은 가상통화를 어떤 식으로든 인정하는 방향으로 갈 거라고 믿고 있다"며 "과거 광풍과 달리 제대로 된 자산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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