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앙집중적 백신승인·배포방식에 '반기' 든 회원국들
스푸트니크V·시노팜 확보하려는 나라 늘어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유럽연합(EU)의 중앙집중적인 코로나19 백신 승인·분배방식이 느리고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회원국들이 점점 자체적으로 백신 확보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은 EU와 미국 등 서구 테두리 밖인 러시아, 중국에서 생산되는 백신에 눈을 돌려 물량 확보를 타진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지난 1일 현지언론 인터뷰에서 향후 코로나19 백신의 생산·개발 과정에서 이스라엘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의약품청(EMA)의 백신 승인이 너무 느리다"면서 "우리가 향후 변이에 대비해 차세대 백신 생산에서 더는 EU에 의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U의 백신 승인과 중앙집중적 배포방식을 비판해온 쿠르츠 총리는 최근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에서 러시아제 스푸트니크 V 백신의 오스트리아 공급과 현지생산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덴마크의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도 이날 현지 언론에 유럽은 백신 확보 노력을 더는 혼자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쿠르츠 총리와 프레데릭센 총리는 오는 4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관련 협의를 이스라엘 측과 진행할 계획이다.
이스라엘은 화이자에 실시간 접종 데이터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대규모로 백신을 확보해 두 달간 전체 인구(930만명)의 절반이 넘는 472만여 명이 1차 접종을, 36% 이상인 336만여 명은 2차 접종까지 마쳤다.
EU의 다른 회원국 중에서는 유럽이나 미국 백신이 아닌 제3 국가들의 백신 확보를 타진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이 늦어지자 스푸트니크 V의 긴급사용 승인을 결정했다. 체코도 국내 승인이 이뤄지면 러시아 스푸트니크 V의 사용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가 지난 1일 빈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
스푸트니크 V는 아직 EMA의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다. EMA가 긴급사용을 승인한 백신은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세 개뿐이다.
헝가리는 EMA 승인과 상관없이 EU 회원국 중 최초로 중국 시노팜 백신도 배포하기 시작했다.
졸탄 코박스 헝가리 대외관계 국무장관은 "EU의 중앙집중화된 (백신 배포) 방식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EU의 방식은 영국, 이스라엘, 미국 등과 비교해서도 실패했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EU의 관료주의는 백신 부족 문제에 신속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면서 "우리는 최소 두 달 이상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밀로스 제만 체코 대통령도 한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러시아와 중국 백신을 쓰지 말라고 하는데 그들에게 백신에 이념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EU는 코로나19 백신 구매와 배포를 중앙집중화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공급 물량이 딸려 백신접종 속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EU 전체인구 4억4천700만명 중 코로나19 백신의 첫 회 접종을 마친 사람의 비율은 5.5%에 불과하다고 CNN은 전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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