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받은 美교수 2인
“역사적 해석 정당성 증거로 판단… 게임이론으로 증거 뒤집을 수 없어
나치 홀로코스트 부정 연상돼 고통”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경제학자 2명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계약 매춘부’로 규정한 논문을 써 논란을 일으킨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를 독일 나치에 빗대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게임이론을 든 것에 대해 “이론은 주장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폴 밀그럼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73)와 앨빈 로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70)는 공동 성명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램지어 교수의 역사적 해석이 정당한지는 증거에 의해 판단해야 한다”며 “게임이론 모델만으로는 증거가 뒤집힐 수 없다”고 했다. 위안부가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했다는 램지어 교수의 주장과 관련해 역사적 증거가 없는 이상 특정 이론만으로 주장을 뒷받침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읽고 의견을 나눴다는 두 교수는 “독일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 부정론이 연상됐다.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게임이론은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집단의 행동을 수학적으로 다룬 것으로 인간은 선택의 순간에 주변 환경과 다른 사람들의 선택까지 고려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램지어 교수는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 온라인판에 게재한 논문 ‘태평양전쟁 당시 성매매 계약’에서 게임이론을 들며 일본군 위안부는 강제로 동원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성매매라고 주장해 국제사회에 논란을 일으켰다. 전쟁터의 여성들이 주변 위험과 금전적 보상을 고려해 스스로 매춘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램지어 교수를 비판한 밀그럼 교수는 지난해 경매시장의 특성과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연구한 경매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시장설계 분야의 선구자인 로스 교수는 게임이론으로 201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앞서 200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에릭 매스킨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도 램지어 교수를 비판하는 서명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램지어 교수도 자신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상태다. 지난달 26일 석지영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램지어 교수는 석 교수에게 “위안부 계약서를 찾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또 자신이 쓴 논문에 나오는 일본인 10세 소녀가 위안부를 자처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내가 확실히 실수했다”고 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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