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농협·케이뱅크만 대형 거래소와 제휴
"재계약 할 때마다 보안성 요구해 검증"
수수료 수익·신규 고객 유치 등 직간접 효과
국민·하나·우리은행은 제휴 부정적
"이해 못하는 투자처에 고객 돈 송금 못해"
"자금세탁 연루 땐 국제적 불이익까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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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비트코인에 투자하기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 애플리케이션 ‘코인원’을 다운받았지만 자신의 주거래 은행인 국민은행을 통해서는 거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A 씨는 “결국 휴면 상태인 농협은행 계좌를 활성화해 비트코인을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코인원을 통해 비트코인을 사려면 거래소와 제휴한 은행의 실명 계좌가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투자금을 입출금할 수 있는 거래소·은행 간 제휴를 두고 은행권의 전략이 둘로 나뉘고 있다. 현재 국내 4대 거래소와 제휴를 하는 은행은 신한·농협은행, 케이뱅크 등 세 곳뿐이다. 신한은 ‘코빗’과, 농협은 ‘빗썸’ ‘코인원’과, 케이뱅크는 ‘업비트’와 계약을 맺고 있다. 이들 은행은 “재계약을 할 때마다 철저한 보안성 검사를 요구하는 등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면서도 “거래소와 제휴를 안 할 이유도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거래소와 제휴를 하지 않은 국민·하나·우리은행은 정보 유출, 자금 세탁 가능성 등을 우려하며 보수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1일 거래소와 제휴를 맺고 있는 은행의 한 관계자는 “제휴 거래소 수를 늘리는 등 활발하게 영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개인 정보 유출, 자금 세탁 등과 같은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거래소 중에서도 대형 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거래소와 계약을 연장하며 은행의 눈높이에 맞는 보안 수준을 갖추라고 요구·검증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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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와 제휴를 맺은 은행은 직간접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은행은 거래소에 고객 돈을 송금해주는 대신 거래소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간접적으로는 은행 계좌 발행을 늘려 고정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자사 앱 접속자도 불릴 수 있다. 실제 신한·농협은행, 케이뱅크에서 지난 1월 개인이 새로 개설한 계좌는 140만 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107만 개)보다 약 31% 늘었다.
사실 국민·우리은행과 산업·기업은행도 과거 거래소와 제휴를 맺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2018년 초 ‘가상화폐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 라인’이 시행됨에 따라 은행이 돈세탁 징후가 있는 거래소와 제휴를 맺었다가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하는 등 규제가 강화되고 해킹 등의 사고가 터지면서 계약을 끊었다.
지금도 5대 시중은행 중 국민·하나·우리은행은 거래소 제휴에 부정적이다. 국민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비트코인 광풍이 처음 불었던 2017년 보안 관련 사고의 내막을 들여다보니 비트코인 구조를 이해할 수 없었고 금(金)처럼 실체가 있는 것에 투자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도 이해하지 못하는 투자처에 고객이 돈을 송금하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국민은행은 2017년 7월 빗썸에서 고객 정보 해킹 사고가 벌어지자 빗썸과의 제휴를 중단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거래소가 회계법인으로부터 철저한 감사를 받는 등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제휴를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하나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도 “암호화폐 거래는 새로운 시장이고, 새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지만 고객의 민원이나 자금 세탁 문제도 공존한다”며 “앞으로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보지만 단시일 내에 시장에 들어갈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 역시 “자금 세탁, 탈세 등에 연루될 가능성이 큰데 현실화하면 국제적으로 은행이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이 수수료 이익에 비하면 막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 빈난새 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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