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먹고살기 바쁜데 언제 결혼하고 애 낳냐" 출산 포기하는 20·30 [허미담의 청춘보고서]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난해 인구 3만3000명 감소…사상 첫 '데드크로스'

미래 세대 10명 중 7명 "결혼하더라도 자녀 가질 필요 없다"

저출산 대응 예산, 40조 2000억원…저출산 못 막았다

전문가 "청년들 팍팍한 삶, 저출산 문제에 영향"

아시아경제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편집자주] 당신의 청춘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습니까. 10대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청춘'들만의 고민과 웃음 등 희로애락을 전해드립니다.


"애를 낳아도 잘 키울 자신이 없어요.", "먹고 살기 바쁜데 언제 결혼하고 애 낳나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이 발생하면서 '인구절벽'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최하위다. 출생아 감소 배경에는 취업난, 부동산 가격 폭등 등 청년들의 고단한 현실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출생률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내년부터는 인구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돼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는 저출산 대책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대안을 강조했다.


통계청이 지난 24일 발표한 '2020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는 3만3000명 자연감소를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는 '데드 크로스'가 발생한 것이다.


또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 출산율은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인 0.84명으로 떨어졌다. 이로써 합계출산율은 2018년(0.98명), 2019년(0.92명)에 이어 3년 연속으로 1명 미만을 기록했다.


종합하면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15∼49세) 아이를 1명도 낳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OECD 37개 회원국 중 평균 출산율 1명 아래를 기록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아시아경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출생 감소 배경에는 청년들의 고단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청년 취업난, 육아 휴직을 선뜻 내기 어려운 직장 문화, 독박 육아 등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청년층은 출산은 물론 결혼조차 꺼리게 된 것이다.


직장인 김모(31)씨는 "30대가 돼서야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에서 결혼하게 되면 경제적 여유가 없어질 것 같다"며 "결혼할 만큼 모아둔 자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어서 그냥 혼자 사는 지금이 편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미래세대도 결혼을 의무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저출산 흐름은 더욱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가 지난해 전국 초·중·고에 재학 중인 학생 70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한 학생은 16.7%에 불과했다. 결혼이 의무가 아니라고 밝힌 응답자는 67.4%에 달했다.


자녀를 원치 않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응답자의 70.3%는 '결혼하더라도 반드시 자녀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출산이 가족을 더 화목하게 만드냐'는 질문에 부정적인 응답은 32.5%, 긍정적인 답변은 21.9%로 나타났다. 다만 응답자의 70.1%는 출산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여겼다. 미래 세대는 출산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자신이 출산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인구 감소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결혼 자체가 줄자 한국의 저출생·고령화 속도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학생 정모(24)씨는 "결혼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결혼해서 좋은 점이 없으니까 결국 비혼을 택하게 되는 것"이라며 "결혼을 하게 되는 순간 나를 위한 삶이 없어진다. 여기에 출산까지 하면 자식을 위해 경제적으로 허덕이면서 노후 준비까지 해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 누가 결혼하고 애 낳고 싶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시아경제

웨딩홀에서 신랑과 신부가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저출산 대응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저출산 대응 예산은 40조 2000억원으로 2006년(2조 1000억원) 대비 20배나 늘었다.


또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통해 2022년부터 출산 시 200만 원을 지급하며 매월 0~1세 영아에게 수당 30만 원을 지원할 것이라 밝혔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음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일각에서는 지원 확대만으로는 저출산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금 지원 등으로는 저출산에 대한 근본 대책을 세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출산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해서 나타난 현상이니, 왜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안 낳는지 그 뿌리를 찾아야 한다"며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집값이 폭등해 집을 살 수가 없는데, 안정된 일자리가 없는데 결혼과 출산을 어떻게 꿈꿀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이어 "다시 성장하는 경제, 세금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민간일자리, 사랑하는 가족과 살 집,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어린이집과 학교, 불안하지 않은 노후 이런 근본적인 불안을 해소하는 정책이 저출산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저출산 문제가 청년들의 팍팍한 삶과 연관 있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집값 상승 등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청년들이 힘든 상황이다. 또 양육에 대한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경제적 요인 등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 되면 출산하고자 하는 의지가 지금보다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출산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혁신적인 정책이 없는 이상 출산율은 반등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