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처장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화상회의에서 "현 정부는 기업들보다 인력풀이 좋은데도 지금의 인사 수준은 기업에 비해 굉장히 낮다"며 "인사의 전문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기업들은 인사에서 능력과 전문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내 편이라고 챙기고 다른 편이라는 이유로 배제하지 않는데, 현 정부를 비롯해 역대 정권은 '자기 사람 심기'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일갈이다.
이 전 처장은 "대통령은 인사할 때 정권 옹호세력보다는 전문가 조언이나 식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가적 혼란을 야기하는 인사를 하면 국민통합과 대통령의 리더십 확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낙하산인사' 논란에 대해선 "낙하산 인사는 진보나 보수나 역대 정권에서 다 해온 관행"이라며 "이제는 논공행상식 인사에서 탈피하려는 지도자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최근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보듯, 선거 공신이라는 이유로 역량과 자질, 도덕성이 떨어지는데 전리품 주듯이 자리를 배분하는 것은 국정 운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전 처장은 "보은인사 같은 관행은 이제 양지의 공론화 장으로 끌어와 풀어야 한다"며 해결책으로 국가정책자문위원회 신설을 제안했다.
지금처럼 선거 공신들을 수많은 공공기관에 은밀하게 내려보내는 대신, 아예 1000명 규모의 국가정책자문위원회를 만들어 공개적인 인재풀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연간 2000억 정도 예산만 뒷받침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이 전 처장이 또다른 인사 대안으로 내세운 것은 '전문가 기용'이다.
이 전 처장은 "우리 사회도 이제 전문가 기용 원칙을 세워야 한다"며 "힘 있는 곳에서 하자는대로 인사를 하면 참사가 일어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 전 처장이 현 정부의 가장 잘한 인사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발탁을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전 처장은 국민추천제도 강조했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폭넓게 인정하되, 국민추천제를 통해 대통령이 숨은 인재들을 더 많이 공직에 임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신 전문성과 자격이 부족한 사람들은 감독기관이 철저히 걸러서 막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전 처장은 현행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의 문제점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은 공직 후보들이 개인적으로 난도질을 당할까봐 총리 후보 제안조차 수락하려 하지 않는다"면서 "개인 신상은 사전에 충분히 검증하고 전문성 중심의 청문회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누구든 시대적으로 흠집이 있기 마련"이라며 "도덕성 검증 같은 사안도 되도록 배제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개인 일상이나 허물을 들춰내 국민 앞에 모욕과 망신을 주기 보다, 공직자로서 역량과 자질을 제대로 갖췄는지부터 집중적으로 살펴보자는 얘기다.
그는 "관훈클럽 같은 언론기관을 별도의 견제기관이나 공동 평가단으로 만들어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후보자들의 흠결을 따져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전 처장은 30년 넘게 삼성그룹에서 인사 업무를 도맡아 온 전문가다.
삼성광통신 대표 출신인 그는 2014년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 논란이 불거지면서 11월 신설된 인사혁신처의 초대 수장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가 대한민국 공무원 조직의 민낯과 제언을 담은 책 '대한민국에 인사는 없다'에서 "한국 공무원 사회가 'S급 인재'를 뽑아 'B급 인력'으로 만드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은 대목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해보인다.
[박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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