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가지고 있던 주식을 팔고 코인을 샀다. 주식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한 번에 200%씩 오르는 코인의 수익률에 혹해서다. A 씨는 "적금으로 돈 모으는 시대는 지났다"며 "차곡차곡 돈을 모은다고 집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코인에 '인생 베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비린이(비트코인+어린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가상화폐(암호화폐) 비트코인에 대한 2030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개당 6000만 원을 넘어설 정도로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으면서 너도나도 암호화폐 시장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17년 '코인열풍'을 연상케 할 정도다. 한편, 비트코인이 급등세를 멈추고 5000만 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주춤하자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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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의 비트코인 열풍은 통계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최근 횡보하는 주식에서 돈을 빼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순매수액은 24조4563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23일까지 6조5663억 원으로 확 줄었다. 이는 지난달의 약 26% 수준이다. 주식을 매수하려는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지난달 12일 지난달 12일 74조4559억 원으로 최대치를 찍고 줄기 시작해 22일엔 66조507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증시의 횡보와 비트코인 가격 급등이 맞물리면서 신규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최근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내 최대 가상통화 거래소 빗썸의 전년 동월 대비 가입자 수 증가율은 지난해 11월 53%, 12월 63% 등으로 증가하더니 올 1월에는 765%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소 코빗은 19일 기준 전체 계좌 수가 지난해 12월 대비 45.1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인원의 경우에도 지난달 신규 가입자 수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 투자자는 2030세대의 비중이 가장 높다. 빗썸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이용자 중 60%가 20대(32.9%)와 30대(29.1%)로 나타났다. 40대(21.5%)·50대(12.1%)·60대 이상(4.4%)에 비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코인원에선 30대의 지난해 말 대비 계좌 증가율이 58.1%로 가장 높았다. 20대가 56.7%로 뒤를 이었고, 60대 이상은 44.6%, 40대 40.3%, 50대 32.6% 등으로 전반적으로 관심도가 늘어났다.
영국의 한 남성이 실수로 버린 300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찾게 도와 달라며 당국에 호소했다고 16일(현지시간) CNBC방송이 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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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대가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유동성 공급과 저금리 상황에서, 종잣돈을 마련하고자 하는 '청년 개미'들이 주식시장보다 더 큰 변동성과 수익을 찾아 나선 것으로 보여진다.
2017년 '1차 코인 열풍'이 일었을 때 처음으로 투자를 시작했다는 A 씨는 "시원시원한 상승률에 매혹됐다"고 했다. 주식에서는 보기 힘든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코인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A 씨는 "비트코인(BTC)에 절반 정도 투자하고 칠리즈(CHZ)·골렘(GLM)·보라(BORA) 등에도 투자했다"며 "아무래도 '잡(雜)코인'은 급등·급락세가 너무 무서워서 조금씩만 건드리고 '코인계의 삼성전자'로 불리는 '비트코인'에 주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2017년부터 코인에 투자했다는 30대 직장인 B 씨는 "최근 주식시장이 잠잠해 비트코인에 돈을 넣었다"고 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해 이더리움(ETH)에 투자한 B 씨는 "1차 광풍 당시 사놓은 코인의 가격이 폭락해 '아들에게 물려주겠다'는 생각으로 안 보고 살았는데 최근에 들어가 보니 수익률이 200% 돼 있었다"며 "현재는 큰 시드는 아니어서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넣으려고 한다. 금리가 너무 낮아 적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C 씨도 2017년 처음으로 코인 투자를 시작했지만, 작년 말부터 코인 시장이 활황이라 다시 투자를 시작했다고 했다. C 씨는 "보통 인터넷 카페, 지인 등을 통해서 소식을 접하고 유튜브에서 차트 분석 등 코인 매매법을 공부하고 있다"며 "현재 주식도 투자하고 있고 코인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 상황에서 유동성이 넘치고 돈이 갈 곳이 없으니까 가상화폐 쪽으로 가는 것"이라며 "주식시장으로 돈이 한참 가다가 조정기가 찾아오다 보니까 더욱 빠르게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암호화폐 시장에 자금이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2030 세대들이 코인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원인에 대해선 "최근 종잣돈을 마련해야 하는 2030 세대들이 많이 늘었다"며 "2030 세대는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서 민감하게 움직이는 투자자들이라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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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시장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가상화폐의 '급등세' 때문이지만 동시에 '급락세'도 찾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변동성이 높을뿐더러 주식과 달리 개장·폐장 시간이 없이 24시간 운영돼 변동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불나방처럼 달려들고 있다. A 씨는 "변동성이 걱정돼 많은 돈을 투자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언제 폭락할지 모르는 만큼 언제 폭등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어차피 '인생 한 방'이라고 생각하며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투자한다"고 말했다. C 씨도 "변동성이 심해 항상 걱정은 하고 있다. 실제로 2018년에 엄청난 폭락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PTSD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이번에는 많은 해외 기업들도 암호화폐 시장에 참여하고 있어서 버티고 있다"고 했다.
앞서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 100%가량 상승해 지난 22일에는 6580만 원(빗썸 기준)을 넘어섰으나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 가격이 높은 것 같다'고 말한 데 이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고 극도로 변동성이 높다"고 비판하자 하락세로 전환했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보통 이렇게 변동성이 높아지고 나면 '조정기'가 찾아오는 게 일반적"이라며 "암호화폐 시장에 신규로 진입하시는 투자자라면 조정기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급격한 가격 상승 흐름이 계속 이어지기는 상당히 어려우므로 방어적인 관점에서 투자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투데이/정대한 기자(vishalist@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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