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 운동부 실태 조사 후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학교폭력'이 드러나 징계받은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 |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프로 선수들의 학창 시절 폭력 행위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한국 스포츠계가 발칵 뒤집혔다.
여자프로배구 '쌍둥이 자매' 이재영·다영(이상 흥국생명)에게서 시작된 '학교 폭력(학폭) 미투(Me Too)'는 이제 배구 코트를 넘어 프로야구 그라운드까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체육계 학교폭력 근절을 지시했으나 '학폭' 피해자들의 폭로 양상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른 종목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 언제 어디서 '학폭 미투'라는 시한폭탄이 터질지 몰라 대다수 체육관계자가 숨죽여 우려하고 있다.
사실 이번 '학폭 미투'에 대해 체육계는 어느 정도 예감했다는 분위기다.
과거 학교 운동부에서 지도자는 물론 선수 간의 폭력행위가 빈번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기 때문이다.
'학폭'에 비상 걸린 KOVO |
문제는 학교 폭력이 지난 시대의 악습일 뿐만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대한야구소프볼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벌써 6명이 학교 폭력으로 징계를 받았다.
이들 중 몇몇은 협회 징계에 불복해 대한체육회에 재심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력 내용을 살펴보면 선배가 후배에게 이른바 '군기 잡기'식으로 훈계성 얼차려와 폭력을 가한 사례가 많다.
지도자가 주도하던 얼차려와 체벌 등 구시대 악습이 선수 간에도 번지면서 지금까지도 대물림되고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로고 |
그런데 선수들 사이에 벌어지는 '왕따'와 폭력을 과연 지도자는 몰랐을까.
선수들의 몸 상태를 매일 점검하고 챙기는 감독과 코치의 지도 특성상 '학폭'을 몰랐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감독, 코치가 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선배나, 일부 스타 선수들이 주도하는 폭력을 묵인하거나 부추긴 적은 없는지 되묻고 싶다.
또한 해당 학교는 전혀 모르는 일인가.
운동부 소속 선수들을 감독이나 코치에게 완전히 맡겨두고 모른 척했던 것일까.
'학폭'은 대부분 선수가 청소년기 다녔던 학교에서 발생했던 사건인데 해당 학교나 아마추어 단체보다 프로구단과 리그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물론 현재 선수가 속한 구단과 리그이다 보니 어느 정도 책임질 수밖에 없지만 '학폭' 당시 지도자와 학교는 최소한의 사과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스포츠윤리센터 방문한 황희 문체부 장관 |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프로스포츠 선수의 학교 폭력 사건과 관련해 "교육부 등 관계 당국과 협의해 학교 운동부 징계 이력을 통합 관리해 향후 선수 활동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학폭'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도 진행 중인 ''학폭'을 당장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학폭'을 일부 어린 선수들의 잘못된 인성으로 치부하지 말고 감독이나 코치 등 지도자와 해당 학교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지금이라도 학교 운동부 폭력에 대한 전수 실태 조사를 벌여 제도적으로 막을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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