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첫 5만 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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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부활했다. 테슬라가 15억달러(1조66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비트코인 투자의사를 최근 밝혔다.
JP모간, 모간스탠리 등 미국 IB(투자은행)들도 비트코인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들이 나온다. 애플, 트위터 등 기술기업들이 가세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비트코인 가격도 연일 상승세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지난 17일 5만2173달러(약 5775만원)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COVID-19) 글로벌 확산으로 급락했던 5165달러에 비해 10배 이상 오른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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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엔 개인중심→지금은 기관중심, 수요기반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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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만3000달러선에서 고점을 형성했다가 글로벌 규제 등 이유로 2019년 한때 3000달러선까지 미끄러졌던 비트코인은 지난해 페이팔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매매를 허용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급등했고 테슬라, 블랙록 등의 가세로 상승폭을 더 키워가려는 모습이다.
4년 전의 비트코인 열풍과 지금은 다르다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수요기반이 탄탄해졌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2017년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중심이 됐던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기관으로 주도권이 옮겨가고 있다"며 "글로벌 굴지의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새로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비트코인 ETN(상장지수증권)이 출시됐으며 미국에서의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 출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또 "기관투자자의 잇따른 시장 진출은 가상자산 시장으로의 자금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막대한 유동성과 달러의 시장공급으로 화폐가치 하락은 불가피하고 달러약세에 대한 압력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 대안으로서 비트코인의 매력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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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Gold)-비트코인, 뭐가 같고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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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의 가세 외에도 비트코인이 주목을 받는 것은 왜일까? 한 연구원은 "무차별적 유동성 공급 속에 화폐가치의 하락, 달러약세가 겹치면서 강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충격을 만회하기 위해 미국 등 주요국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을 취하면서 자금이 풀렸고 이 자금들이 대체자산인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이처럼 풍부한 유동성 환경에서 주목을 받았던 대표적인 자산이 금(Gold)이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거래매개 수단이자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자산이 바로 금이다.
금과 달러인덱스(주요국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는 전통적으로 역(逆)의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금값이 오르고 달러강세 국면에서는 금값이 떨어지는 흐름은 상식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몇 년전 비트코인 등이 글로벌 투자업계에서 주목을 받으며 비트코인은 금과 한편에 서서 달러인덱스와 대척점에 서 있었다.
달러가 강세일 때 금과 비트코인이 함께 떨어지고 달러 약세 국면에서 금·비트코인의 동반 상승흐름이 나타나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비트코인과 금 사이의 공통점도 있다. 전규연·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비트코인과 금의 공통점에 대해 "공급이 제한돼 있고 쉽게 사고 팔 수 있으며 금리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노란색 금속에 불과한 금과 실체가 없는 비트코인 모두 명확한 밸류에이션을 평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는 고 밝혔다.
기업의 성장과실을 배당·이자 등 형태로 수취할 수 있는 주식·채권, 이자 등 형태의 수익을 도모할 수 있는 예금 등과 달리 비트코인이나 금은 그 자체만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할 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같다. 다만 보유하고 있는 기간의 시세차익만 노릴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는 비트코인과 금 사이의 정(正)의 상관관계가 깨지는 모습이다. 금 1온스당 가격은 최근 1770달러 안팎에 머물며 지난해 8월 고점 대비 14% 가량 내렸으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페이팔의 암호화폐 매매 허용 선언 이후 연일 고점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자산시장 내 비트코인의 위상도 커졌다. 지난 1월25일 임병효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시장 규모는 지난 1월21일 기준으로 약 6500달러(약 719조원)로 1년 전과 비교해 3배 이상 커졌다"며 "보석류와 중앙은행 보유고를 제외한, 금의 순수 투자시장 규모는 2조5000억달러(약 2765조원)로 추산된다"고 했다.
비트코인 시장이 어느새 금 시장의 4분의 1 수준으로 커졌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시장과 금 시장의 격차는 훨씬 더 좁혀졌을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가격은 임 연구원이 위 보고서를 작성했을 당시(1월25일) 대비 67% 이상 더 올랐다. 비트코인 시가총액도 1조달러를 돌파했다. 이 기간 5% 가량 더 하락했음을 감안하면 이미 비트코인은 금 시장의 절반까지 치고 올라 갔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들어보이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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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금 위상 대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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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의 기록경신이 이어지며 긍정적인 평가들도 나온다. 한 연구원은 "테크 기업들이 포문을 열었고 굴지의 금융사들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비트코인의) 제도권 편입 및 자산군 편입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했다.
다만 비트코인이 금을 완전히 대체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들이 우세하다. 일단은 비트코인 상승세의 지속가능성이 아직으로서는 단언하기 어렵다는 게 한 이유다.
임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기관투자자 자금이 비트코인 시장으로 유입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는 2017년 개인 투자자 중심의 투기적 광풍과 다른 흐름"이라면서도 "아직 절대 규모가 크지 않고 자금 성격도 '단타'(단기매매)인지 '장투'(장기투자)인지 알기 어려운 점은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만약 (비트코인 시장에 유입된) 자금의 성격이 단기차익 목적의 헤지펀드 위주라면 이들이 빠져나가는 순간 비트코인 가격도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하나금융투자의 전규연·나중혁 연구원도 "금은 오랜 기간 거래가 이뤄지며 금·은 가격 비율, 물가상승률 대비 금값 등 지표를 통해 현재의 가격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반면 비트코인은 역사가 짧아 이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처럼 1개당 5만달러를 웃도는 가격수준이 과도하게 비싼지, 아직 더 오를 여력이 있는지 가늠할 기준지표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금은 중앙은행이 보유하는 대표적 준비자산으로 글로벌 외환보유고 중 금 비중이 10% 남짓이라는 것은 안전자산으로서의 금 역할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라며 "비트코인은 미래 투자가치가 충분히 매력적인 자산이지만 성숙도 측면에서는 아직 금을 대체할 대체재는 될 수 없다"고 했다.
또 "지난 4분기 금값이 조정을 받으며 금/은 비율은 73배 수준으로 2015년 이후 평균(79.5배)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된다면 향후 금리 상승 속도는 완만해질 것이고 중장기적으로 금값의 상승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비트코인보다 금이 상대적으로 투자매력이 더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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