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 요구 시위대, 주요 도로 점거 강력 반발
병력 집결설 속 법 개정한 군부, 강경진압 예고
미얀마 양곤의 한 시민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석방 등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반쿠데타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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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지도자, 미래, 희망을 구해주세요!"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자 반(反)쿠데타 시위의 최대 동력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모습은 결국 볼 수 없었다. 군부는 기습적으로 수치 고문의 첫 재판을 진행하고 추가 혐의를 덧씌운 뒤 병력을 총 집결하고 있다. 시민들은 석방을 외치는 도로 점거 시위로 맞섰다.
17일 외신과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당초 15일에서 이날로 연기된 수치 고문의 첫 재판은 이미 전날 변호사 동석 없이 화상으로 몰래 진행됐다. 1일 쿠데타 발생 이후 보름 넘게 자택에 구금된 수치 고문을 접견하거나 그의 모습을 직접 확인한 민간인은 단 한명도 없다. 내달 1일 다음 재판과 9명의 증인심문이 예정돼 있지만 군부가 사법부를 장악한 상황이라 수치 고문의 모습이 공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군부는 "수치 고문은 여전히 건강하며 구금된 게 아니라 안전을 위해 보호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곤의 시민들이 17일 도심 도로를 점거한 뒤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의 석방과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다. 양곤=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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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재판'과 '혐의 추가'가 알려지자 시민들 분노는 이날 더 거세졌다. 평일임에도 수천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특히 양곤의 주요 도로를 처음 점거하는 등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양곤의 한 교민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시위로 길이 차단돼 오늘은 출근 자체를 할 수 없었다"며 "수치 석방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수만명이 모였던 주말과 견줄 정도로 매우 컸다"고 전했다.
민 아웅 흘라잉(가운데) 최고사령관이 16일 수도 네피도에서 국가행정평의회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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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군정 최고 기구인 '국가행정평의회(SAC)'는 전날 정상적인 법률 수정 절차를 무시하고 형법을 날치기 개정했다. 군에 불만과 혐오를 유발한 자에게 기존 형량(징역 3년형)보다 무거운 최고 징역 20년형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무원의 근무 거부를 유발한 자'를 징역형에 처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반쿠데타 시위와 함께 진행 중인 '시민 불복종 운동(CDM)'을 뿌리뽑겠다는 의미다.
최대 위협은 양곤 등 대도시에 군병력이 대거 집결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톰 앤드루스 유엔 특별보고관은 "미얀마 군이 양곤 등으로 집결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다"라며 "미얀마에 쿠데타 이후 최대 폭력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들은 군인들의 도심 진입을 막기 위해 도로 곳곳에 고장 난 것처럼 차량을 방치해 바리케이드로 삼고 있다.
17일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한 노인이 아웅산 수치 여사 석방을 요구하는 포스터를 들고 울먹이고 있다. 만달레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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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찌 토 대변인은 이날 "더 많이 행진하자. 미얀마의 미래를 파괴한 쿠데타 정부에 대항해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고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양곤에 사는 현지인 A씨도 "이날 오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치 고문과 윈 민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는 포스터, '거리로 나서자'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시민들은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17일 미얀마 SNS에 퍼지고 있는 아웅산 수치 고문 및 윈 민 대통령 석방 요구 포스터 이미지. 양곤 시민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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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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