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수입에 의존…EU 허가 얻으려 '외교전'
고령층 맞을 분량 들어오려면 224회 공수해야
6회 추출 가능한 특수 주사기 확보도 과제
17일 오전 도쿄의료센터에서 간호사가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준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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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사는 올해 말까지 일본에 공급하기로 약속한 1억 4400만 회분을 유럽 공장에서 생산해 순차적으로 발송한다. 1회 발송분 약 40만 회분에 이어 다음 주 2차 물량이 들어온다. 하지만 이후의 공급 계획은 전혀 나와 있지 않은 상태다. 같은 양이 반복적으로 입고된다고 가정할 때 고령층 3600만명에게 접종할 백신 확보를 위해서는 224회의 항공 운송이 필요하다고 도쿄신문은 추산했다.
비행기가 뜰 때마다 유럽연합(EU)으로부터 수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외무성도 동원됐다. 백신 책임자인 고노 다로(河野太郎) 행정개혁 담당상은 16일 TV아사히 '보도 스테이션'에 출연해 "EU와 일본은 관계가 좋다. 외무성도 EU의 협조를 얻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는 올해 백신 생산량을 당초 계획인 13억 회분에서 20억 회분으로 상향 조정하고, 지난주부터 독일 마르부르크의 새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올해 상반기 2억 5000만 회분의 백신을 생산한다. 4월 초부터 이 공장에서 생산된 백신이 공급되기 시작하면 일본으로 들어오는 백신의 양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일본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일본 코로나19 백신 계약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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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백신 접종을 위한 특수 주사기 확보도 과제다. 일본은 화이자 1병에서 6회분을 추출할 수 있는 특수 주사기를 미리 준비하지 못해 5회분만 추출할 수 있는 일반 주사기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국에 있는 재고를 끌어모아 선행 접종하는 의료진 4만명에게는 특수 주사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충분한 양의 특수 주사기를 확보하려면 가을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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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시간표에 올림픽은 없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7월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염두에 두고 "올림픽 이전에 국민 모두에게 접종할 백신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17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일정표에 따르면 올림픽 전 65세 이하 일반 국민에 대한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고노 담당상도 이에 대해 "백신 접종과 관련해 올림픽 일정을 특별히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공항 직원들이 일본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코로나19 백신을 운송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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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60~70%가 항체를 보유해 '집단 면역'에 도달하는 시기도 현재로써는 예측하기 어렵다. 일본 정부는 후생노동성의 승인을 받은 화이자 백신을 기본으로 접종 계획을 짜고 있으나, 이미 계약을 마친 아스트라제네카와 모더나 백신이 승인을 거쳐 공급되면 백신 접종 일정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도쿄(東京)도 등 전국 10개 도시에 발령된 긴급사태 선언을 조기 해제하지 않고 예정대로 3월 7일까지 이어갈 방침이다. 나카가와 도시오(中川俊男) 일본의사회 회장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규모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전 감염자를 최대한 줄여야 백신 접종 확대와 함께 조금씩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면서 이같은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NHK 집계에 따르면 16일 도쿄에서 350명을 포함해 일본 전국에서 1305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이달 7~14일 8일 연속 1천명대를 기록한 뒤 전날 965명으로 줄어들었다가 다시 1300명까지 늘어났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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