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전철 '지하화' 구상
임기 내 실현 가능성 떨어져
'층수 규제 완화' 공약도
시의회 협의 없이 실행 불가
'고가주택 기준 상향'은
시장 권한 넘어섰단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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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2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대 관심사인 부동산 공약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후보들의 공약이 시장 권한을 넘어서거나 현실성, 구체성이 떨어지는 ‘아니면 말고’식의 공약(空約)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15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선거를 앞두고 여야 서울시장 후보 모두 주택공급 확대에 부동산 공약의 방점을 찍고 있다. 여당 후보들은 택지 개발을 통한 공공주택 공급, 야당 후보들은 정비사업 규제완화로 접근법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모든 후보들이 차기 당선에 기대를 걸고 공약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임기 1년 동안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여주는 공약은 사실상 전무했다.
대표적인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박영선 후보가 내놓은 도로 또는 전철 ‘지하화’ 구상이다. 서울에 집을 지을 땅이 부족한 만큼 새로운 택지를 개발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공약이다. 특히 공공주택 공급을 강조한 여당 후보들에게는 지하화 등을 통한 택지 확보 자체가 주택 공급의 성패와도 연결된다. 우 후보는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일부 구간을 덮고 지하철 1호선을 지하화해 1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박 후보는 국회의사당에서 동여의도로 향하는 도로와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통한 30만가구 공급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하화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지하화되는 곳이 역세권 또는 한강변과 맞물리는 만큼 인근 주민들의 반발을 수습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철길 위 행복주택 건설계획이 지역주민의 반대 등으로 실행되지 못한 사례도 있다. 또 지하화를 하고 그 위에 주택을 짓는 것은 장기 프로젝트로 당장 필요한 공급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택지 개발 만으로 어떻게 16만, 30만가구 공급 숫자가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주민들 반발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나경원 후보가 내놓은 층수 규제 완화 공약은 서울시 소관이기는 하지만 조례 개정 사항은 시의회를 거쳐야 한다. 특히 서울시의회 의원 110명 중 102명은 민주당 소속이다. 이들의 협조 없이 단독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오 후보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 7층 이하 규제 폐지, 나 후보는 일률적 층수 제한 완화 또는 해제 공약을 내놓은 상태다.
고가주택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겠다는 나 후보의 공약도 시장의 권한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고가주택 기준은 소득세법 시행령에 명시돼있다. 기획재정부 소관인 셈이다. 나 후보와 안 후보가 공약한 취득세·재산세 등 지방세 인하는 시장 권한으로 일부 감면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시 재정지원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와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역풍이 불 수 있다. 서울시 자치구 중 단독으로 재산세 인하를 추진한 서초구의 경우 서울시의 제소로 환급이 중단된 상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법 개정 사항이나, 중앙정부 권한이거나 서울시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공약들이 많다"며 "권한 밖의 영역을 공약으로 많이 내세워 당선돼도 중앙정부와 국회를 협의를 거쳐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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