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이용구 의혹 등 지속 논란
국가수사본부장 여전히 공석
투명한 공개, 합당한 조치로
국민 신뢰 회복해야
국가수사본부 현판./김현민 기자 kimhyun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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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수사권조정·자치경찰제 시행·국가수사본부(국수본) 출범 등 올해 경찰이 '대전환기'를 맞은 가운데 시작부터 잇단 암초를 만나면서 경찰개혁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불신의 대부분은 경찰이 자초했다. 비록 작년 발생한 사건이지만 서울 양천 16개월 입양아 학대사망 사건(일명 '정인이 사건')에서의 부실 대응,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의혹과 관련한 담당 수사관의 블랙박스 영상 은폐 의혹 등은 해를 넘겨서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낙동강변 살인사건 등 과거 경찰의 강압수사 실체가 드러난 것도 부담을 준다.
경찰개혁은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탄 것과 다름없다. 법적·제도적으로 더 이상 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개혁의 완성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이다. 이미 여당은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수사·기소분리 원칙을 바탕으로 '검찰개혁 시즌2'에 돌입한 모습이다. 수사권을 온전히 경찰이 행사하게 된다면 경찰의 권한은 더욱 커지고, 그만큼 외부적 견제 장치도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불신이 이어진다면 이 같은 개혁의 속도는 늦어지고, 본래적 개혁 취지에도 어긋나게 된다. 경찰은 과연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까.
이용구 차관 사건, 경찰 '수사종결권' 가늠자 됐다
올해 1월1일부터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에 따라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이 부여됐다. 경찰과 검찰의 관계도 상호협력관계로 규정됐다. 비록 완전한 수사·기소분리로 이어지지는 못했으나, 경찰의 숙원이 이뤄지면서 경찰 내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채 한 달도 되지 못해 경찰의 수사종결권은 이 차관 사건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맞았다.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묵인한 채 사건을 종결한 모양이 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번 의혹과 경찰 수사종결권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오히려 주요사건 미보고 논란 등으로 사안이 확산됐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1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과천=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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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경찰은 13명 규모의 진상조사단을 꾸려 자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경찰에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윗선 보고 이후 덮어졌다면 말 그대로 '조직적 은폐'가 이뤄졌다는 의미가 되고, 담당 수사관이 개인적으로 묵살했다는 결론이 나오면 내부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음을 증명함과 동시에 경찰에게 수사종결권을 줄 수 있느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한 사건으로 인해 경찰은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여기에 이 차관 폭행 사건 자체는 검찰이 수사를 하는 만큼 검찰의 수사 결과에도 촉각이 모인다. 만약 검찰이 경찰과 다른 결론을 내릴 경우 경찰이 사건 당시부터 부실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현재로서 경찰의 유일한 탈출구는 진상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외부에 공개하고, 그에 따른 합당한 조치를 하는 것뿐이다.
국수본부장 임명, 반전 기회 만들까
한 달 넘게 수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국수본부장 임명은 빨라야 다음 주에 이뤄질 예정이다. 업무 파악 등에 걸릴 시간을 포함하면 국수본은 3월은 돼야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차관 사건과 ‘정인이 사건’ 등 각종 논란이 불거지는데, 이를 책임지고 대응해야 할 수장이 없다 보니 한계는 뚜렷하다.
국수본부장 임명은 향후 경찰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논란과 잡음이 없고, 경찰 수사에 전문성을 갖추고, 인권 보호에 탁월한 역량을 갖춘 인물이 선정돼 수사를 총괄·지휘한다면 그만큼 경찰 수사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 경찰 수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역할도 기대된다.
다만 인선이 늦어지는 부분과 '깜깜이' 선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국수본이 비록 경찰청 산하 조직으로 편제돼 있긴 하나 국수본부장은 법으로 정해진 일부 대형사건 등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경찰청장의 구체적 지휘를 받지 않는다. 권력기관의 장으로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공개 청문회 등 없이 경찰 자체적으로 선발하다 보니 채용 과정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국사본부장 선발은) 절차대로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최대한 훌륭하신 분이 선정되도록 돌아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외부에서도 수긍이 가는 국수본부장 인사는 성공적인 경찰개혁의 첫 단추를 꿰는 일이 될 것이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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