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투입에 통화량 증가…집값도 덩달아 상승
"전국민 보편지원시 자산시장으로 흘러갈 우려 높아"
4일 서울 중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 본 도심 아파트 일대. 2021.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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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손 놓고 있었더니 '벼락거지'가 돼 버렸다."
지난해 집이나 주식을 사지 않고 성실하게 돈만 번 월급쟁이들 사이에선 부지불식간에 '벼락거지'가 돼버렸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시중에 풀린 돈이 자산 시장으로 흘러가면서 이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겨준 것이다.
새해 벼락거지 탈출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역대급 4차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을 밀어붙이는 탓이다. 재난지원금이 전 국민에게 골고루 지급되면 당장 돈이 궁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산 매입에 지원금을 보태쓸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에 통화량 늘어나면 부동산 가격도 올라
1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살펴보면, 시중통화량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광의통화(M2 ·계절조정계열·평잔)는 지난해 11월 3178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월(2893조1000억원)에 비해 9.9% 증가했다. M2는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은 물론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현금화가 빠른 시장형 상품을 포괄한다.
이는 재정당국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며 시중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통화당국인 한은이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한 결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렇게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이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통화 공급 증가의 파급 효과와 코로나19 경제 위기' 보고서를 통해 "통화량이 1.0% 증가할 때 주택가격은 1년에 걸쳐 0.9% 정도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통화 공급 증가의 영향이 단기적인 주택 가격 상승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올해 4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시중에 풀릴 경우 부동산 시장에도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이번 4차 재난지원금은 지난 1차(14조3000억원), 2차(7조8000억원), 3차(9조3000억원)를 뛰어넘는 20조원 안팎의 역대급 규모로 편성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필요한 재원을 대규모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한은이 인수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한은이 국채 매입으로 지급한 돈이 시중에 유통되면서 통화량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 News1 이동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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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보편지원은 자산가격 상승에 기름붓는 격
소득과 재산에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는 '보편지원'과 피해계층만 대상으로 한 '선별지원'을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 여당은 보편·선별지원을 병행한다는 입장이지만, 기획재정부는 보편지원에 반대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계자금이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줘 봤자 자산시장으로 유입돼 거품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피해 계층을 중심으로 지원금을 선별적으로 주면 코로나19 피해를 복구하거나 빚을 갚는데 사용하겠지만, 모든 계층에 무차별적으로 돈을 지급하면 자산시장으로 흘러갈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연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KDI는 지난해 발표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1차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지원금 사용가능 업종에서 전체 투입예산 대비 26.2~36.1%의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매출 효과를 내지 못한 지원금의 63.9~73.8%는 저축이나 부동산·주식 투자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는 게 KDI 측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1차 재난지원금의 상당 부분은 자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4차 재난지원금이 코로나19 피해 가구가 아니라 모든 가구에게 돌아간다면 자산투자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se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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